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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를 읽고 진짜 여행을 알다
    자기계발 생활/서평 2014. 6. 1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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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행은 좋아하지만, 세계여행을 갈 자신은 없다. 인도나 네팔 같은 나라나 아프리카 같은 오지를 다녀올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인도는 나에게 궁금한 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 더럽고 냄새나고 병에 걸리기 쉽거나 위험한 곳이라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협한 여행관을 갖고 있는 나지만 그래도 가끔 인도나 예만 같은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동할 때는 있다.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 박 로드리고 세희 글, 사진 / 라이팅하우스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이 책은 분명 여행에 대한 책인데 이상하게도 사람 냄새가 많이 났다. 그리고 뭔지 모를 그리운 향수가 피어오른다. 이 책의 저자 박 로드리고 세희의 고향은 전세계 모든 곳이 전부 그의 고향이기라도 한 걸까? 어쩌면 이렇게 페이지 한 장 한 장씩을 넘길 때마다 이토록 마음이 저려오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쉽게 갈 수 없는 고향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목말라하듯이.

    나에겐 너무도 낯선 도시, 낯선 땅을 여행한 작가의 이 여행기는 여행 편협자인 내게 참 신선한 이야기였다. 아마 나는 가지 못할, 갈 수 없는 나라들에 대한 신비로운 기분으로, 그러나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여행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것을. 또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제대로 '여행'을 다녀온 게 아니란 사실을. 나는 그저 그 나라의 화장한 얼굴만 보고 왔을 뿐, 그 여행지의 맨얼굴은 채 다 못 보고 온 것이다. 큰 도시, 맛있는 음식, 유명한 유적지와 관광지만 볼 줄 알았지 그 지역의 사람 냄새는 맡아본 적 없었다.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에서는 가득한 사람 냄새를 나는 여행하는 동안 그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모르는 아이들이 내 방을 습격했다. 
    내 안경을 쓰고 놀던 아이가 콜라를 발견했다. 
    혹시나 내가 못 먹게 할까 봐 입속으로 급하게 
    부어 넣고 있었다.

    "천천히 마셔."

    안타까워 꺼낸 말이었는데
    아이는 내 눈치를 보며 더욱 급하게 마셨다.

    - p255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는 책 제목은 '나는 평생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의 다른 이름이란 것을. 


    나폴레옹은 자신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했다. 이제 내 사전에는 '상식'이란 단어가 없다. 여행이 내 머릿속에서 그 단어를 지웠다. 상식이란 자기 합리화의 한 방편일 뿐이다.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타인과 마찰이 생겼을 때 우리는 쉽게 말하고는 한다.

    "그거 상식 아니에요?"

    하지만 여행을 해보니 세계가 공유하는 상식이란 없었다. 나라마다 법이 다르고 정서가 다르다. 싱가포르에선 껌을 팔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마약이 합법이지만 어떤 나라는 마약을 운반만 해도 중형을 받는다. 한국에선 몇 년 전만 해도 식당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고 법으로도 금하고 있다. 상식은 늘 변한다. 상식은 자기 안에서만 통하는 헛된 믿음이다. 그 상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상식은 폭력이 된다.

    - p59~60



    나는 서툰 칼질로 감자, 양파 당근 따위를 촘촘하게 썰어 볶음밥을 만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 본 음식이었다. 주체하기 힘든 감동이 몰려왔다.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엇이기도 했고, 내가 스스로 밥을 지었다는 대견함 때문이기도 했다. 여행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군아. 여태 음식 한번 만들어 본 적 없는 나는 사람 흉내만 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남이 해 주는 음식만 먹어 봤지 남에게 음식을 해주는 건 꿈에서도 생각 못 해봤으니, 어디 온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나. 

    한가득 만든 볶음밥을 여럿이 둘러앉아 나눠 먹었다. 나는 연신 코를 훌쩍이며 열심히 더운밥을 퍼먹었는데, 콧물에서 자꾸만 눈물 맛이 났다. 

    - p223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에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책에서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진다. 사진과 글로 쓰여 있는 이 책을 읽는 것은 참 쉬웠다. 그러나 여운이 오래 남았다. 서평이 쉽게 써지지 않았다. 좀 더 내 마음 속에 더 많이 담아두고 싶었다. 작가가 다녀온 여행지의 싱싱한 내음을, 지나쳐간 사람들의 뜨거운 온기를 조금이나마 더 나누고 싶었다.  

    많은 선배들이 나에게 충고한다. 그만큼 여행했으니 이제 현실로 돌아오라고.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한 소리란 걸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까지 비현실적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여행은 유목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삶이다. 여태 변변한 전셋집조차 가지지 못한 건 버는 돈을 여행에 다 써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집을 가지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가진 게 많으면 쉽게 떠날 수 없다.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여행이 곧 나의 집이다. 

    - p106
     

    저자는 이 책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언젠가는 나도 박 로드리고 세희처럼 진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그 때가 되려면 나는 더 많이 변해야할 것이다. 좀 더 너그러워지고 인내심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삶을 훨씬 더 넉넉한 자세로 대할 줄 알아야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나는 '진짜 여행'을 해보려는 결심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저 아름답고 고운 것만 즐기고 올 뿐 사람을 만날 생각은 차마 못했으리라. 박 로드리고 세희의 뜨거운 1,000일간의 여행기를 많은 지인들과 나누고 싶다. 이 책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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