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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여행자의 아내'로 살펴본 3가지 연애의 심리
    일상 속 축복/전시&공연 관람기 2009. 11. 1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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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명: 시간여행자의 아내 (The Time Traveler's Wife)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
    출연: 에릭바나, 레이첼 맥아덤즈

    *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불안의 미학

    언젠가 당신은 내 곁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당신은 내 곁을 떠났던 바로 그 사람이 아닌,
    40세 혹은 20세의 새로운 당신이 나타날지 모른다.
    스스로의 자유의지와 관계없이 언제 시간여행을 떠날지 모르기에
    볼 수 있는 지금 있는 힘껏 당신을 내 눈 안에 담는 방법밖에 없다.

    설령 손을 함께 쥐고 있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 껴안아도
    마치 모래성처럼 당신은 사라진다.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버린다.

    이 영화의 제목은 '시간여행자의 아내'이다. 시간여행을 하는 남자주인공 '헨리'가 주인공이 아니라, 그 헨리의 '아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시간의 대부분을 아내 클레어의 마음으로 시간여행자를 바라본다.
    그가 언제 사라질까. 그리고 언제 돌아올까.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연애의 불안심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잘 알것이다.
    우리를 진정으로 빠져들게 만든 이성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이성이다.
    평생 내 곁을 죽자사자 붙어있을 것 같은 사람보다는
    이번 만남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겨주는 사람에게 더 매혹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게 된다.
    일부러 전화를 안 받을 때도 종종 있다. (아,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만남이 깊어질수록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도 이 '불안심리'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내것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고가의 선물' 혹은 '스킨쉽'이나 '깜짝놀란 이벤트'를 기대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 때문도 있지만, 상대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 특별하다는 것을 인식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언제 사라질지 몰라.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런 불확실성과 불안을 늘 마음에 품고,
    그가 사라졌을 때는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면서 마음 속으로 확신하게 된다.
    나는 그 사람을 이렇게 애타게 사랑하고 있구나.




    헨리가 갑작스럽게 시간여행을 떠나버려,
    새로 돌아온 백발이 다 되어가는 아저씨 헨리와 결혼하게 된 클레어


    그리고 헨리가 사라질 때는
    결혼반지마저 버리고 떠나버린다.



    #2. 운명에 대한 판타지
    -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 하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는 것이 있다.

    그냥 놔두면 크게 깊어지지 않을 그런 관계였는데,
    주변에서 서로가 만나는 것을 극심하게 반대를 하게 되면,
    당사자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더 피어오르게 된다.

    이렇게 주변에서 반대를 하게 되면 할 수록 이에 대한 '반대심리'로 서로에 대한 사랑이 더 커지는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외부환경 때문에 서로가 이어질 수 없는 것이 애타게 여겨지게 되고 그런 마음은 서로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죽을 정도로 사랑하는 것 같이 느끼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헨리'와 '클레어'는 '시간여행'이라는 원치않는 외부환경 때문에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 '헤어짐'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고
    오히려 이것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오래 지속되게 한다.

    클레어는 이런 자신을 '비련'의 슬픈 주인공으로 해석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지 못하고, 언제나 '외로움'을 필연적으로 지녀야 하는 사람으로.

    이를 남편 헨리에게 자신이 어릴 때부터 찾아와서 평생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불평도 하지만,
    그녀는 이런 자신의 기다림을 기꺼이 예술로 승화시키며 이겨낸다.
    그녀의 갤러리에는 헨리의 구두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구두는 헨리가 초원에 나타나면 신을 수 있도록 클레어가 갖다두는 것으로 '기다림'의 형상화이다.)

    그런 그녀가 여러번의 유산에 건강을 위협당함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계속 갖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간여행'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남자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확실한 '징표'
    그리고 끝없는 '불안'에서 가져다 줄 '안정'이 그녀에게 필요했을 것이다.



    운명이 우리를 갈라 놓을지라도 나는 결코 이 사람을 포기하지 않겠어
    클레어는 얼마나 마음 속으로 되뇌였겠는가.






    #3. 언제나 새로운 당신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이것이다.
    나는 '헨리'를 만나지만, '헨리'는 늘 새로운 남자다.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는
    클레어 앞에 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40세의 나이 든 아저씨의 헨리, 30세의 젊은 헨리, 혹은 아픈 헨리, 가끔은 시무룩한 헨리.

    분명 같은 남편이지만 매 순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다. 심지어 남편과 싸워서 서로 각방을 쓰는 상황에서 찾아온 '젊은 헨리'를 만난 '클레어'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양 사랑한다.

    연애를 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싸웠을 때가 아니다.
    바로 서로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 지루해지는 것이다.

    사랑의 반댓말은 무관심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랑할 때는 그저 내 앞에 앉아서 같이 밥먹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고 말해놓고는
    사랑이 식으면 늘 똑같이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신다며 만나면 지루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상대가 늘 '변하지 않기'를 갈구하는 만큼 늘 '새롭기'를 원한다.
    저 사람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라는 깨달음은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새로움이 없는 연인은 늘 한결같은 모습에 더없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가슴 떨리는 설레임과 애절함은 줄 수 없다.

    지금 함께하는 연인이 백년뒤에도 그 모습 그대로라고?
    '관심'은 '호기심'과 함께 온다.
    '호기심'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다.

    더 이상 알아야 할 것도 없는 상대가 천년만년 부동석처럼 그자리에 가만히 있을 것 같다면,
    천년만년 이후 찾아와도 괜찮지 않겠는가.


    결혼을 할 때는 백발에 가까운 남편으로 순간 찾아오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었을 때,
    한밤중에 찾아온 젊은 남편은 클레어를 빠져들게 한다.


    어린 시절 찾아온 헨리는 이미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자라서 나이가 들어서도
    '언제 불쑥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은 
    이미 '기다림'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헨리는 클레어에게 말한다.
    '나는 당신이 날 기다리게 만들기 싫어'
    클레어는 이미 평생을 기다렸다.
    그리고 심지어 '헨리'가 죽고 난 뒤에도 언제 또 '젋은 헨리'가 시간여행을 통해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결국 평생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과연 이런 '클레어'가 재혼을 할 수 있을까?
    재혼한 뒤 찾아온 헨리의 가슴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평생 '헨리'만 그리워하며 살 것이다.

    어찌보면 시간여행자는 한 여자의 인생을 지독하게 사로잡은 남자인지도 모른다.
    죽은 이후에도 절대 놓아주지 않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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