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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꽃뽑는 소녀(1)
    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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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을 좋아하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늘 들에 나가

    꽃들을 보며 노닐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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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리창에 비친 가을 하늘이 유난히 추워보인다. 눈 앞의 설렁탕 위로 아직은 따스한 햇살이 내리 쬐인다.

    설렁탕은 따뜻하다. 마치 햇볕이 그것을 데우고 있는 것 같다. 눈부신 햇빛에 비친 설렁탕 국물이 무척 희다.

    " 왜 안 먹어. 좀 팍팍 먹지. "

    유식은 혜인을 나무란다. 그는 이미 흰 그것을 반 이상 다 먹었다. 앞에 앉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다시 먹기 시작한다.

    " 응, 먹어. 먹고 있는 걸. "

    혜인은 숟가락으로 설렁탕을 휘휘 젓는다.

    오늘이 무슨 날이지?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숟가락으로 설렁탕 국물과 흰 밥알을 건져낸다. 입안으로 흩어지는 밥알들. 아무 맛도 없다.

    어느새 유식은 식사를 마치고, 물을 마시고 휴지로 입을 닦고 텔레비젼을 보기 시작했다.

    혜인은 어째서인지 잘 먹을 수가 없었다. 맛이 없다.

    유식의 눈치가 보여 후루룩 몇 숟갈 먹는 척 하고는 숟가락을 놓는다.

    " 다 먹었어? "

    "응."

    "나가자"

    유식은 쫒기는 사람처럼 밖으로 나간다. 혜인은 그를 그저 따라갔다.

    " 알바가 있어서 바로 가야돼."

    유식은 핸드폰을 대충 열어본다.

    "노량진 역까지 데려다 줄까? "

    "됐다. 가서 공부나 해라."

    귀찮다는 듯 말하는 유식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혜인은 우물쭈물한다.

    "지금 바로 가야되어서 고시원에 못 데려다 줘. 그러니 가서 열심히 공부해. "

    유식은 주변을 훓어보며 중얼대듯 말했고, 곧 그는 멀리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 나 간다. 밥 잘 챙겨먹어라!!"

    혜인은 손을 흔든다.

    하지만 이미 유식은 뒤를 돌아서 뛰어 가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사라지고 말았다.

    노량진 역 주변은 상가가 밀집되어 있다. 오후 3시경 바글바글한 사람들과 함께 노점상도 활기를 띠어가기 시작한다.

    혜인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간다.


    유식은 그녀의 남자친구이다. 그들은 대학 동기로 사귄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6개월 남짓 사귀고 유식은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유식이 전역할 때까지 혜인은 그를 일편단심으로 기다렸고, 지금 6개월의 시간이 더 흘렀다.

    혜인은 학교를 휴학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차 노량진 고시촌에서 살며 공부를 하고 있다.

    유식은 다음 학기 복학을 대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혜인의 발걸음이 빙빙 돈다.

    그녀는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그녀의 팔에는 오늘 산 책들이 한아름 들려있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싫다.

    혜인은 좀 전의 유식의 표정을 떠올린다.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녀와 마주쳐 걸어오는 낯선 타인들, 그들은 각각 애인의 손을, 친구의 손을 잡고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다.

    그녀의 팔이 무겁다.

    그리고 마음도 무거워져 걷기가 힘들어 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

    주변에서 공무원 시험을 보아라하는 어른들의 기세와 너도나도 공무원한다고 하며 늘 신문, 뉴스에서는 취업란이 어쩌고 하는 기사가 나오니 앞으로 뭘 할지 갈피를 못 잡던 혜인은 자신도 덜컥 공무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마침 유식이 군대에 있어 외롭기도 했고,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하니 주변 어른들도 기뻐하며 흔쾌히 여겼다. 하지만 학교 공부를 하면서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또한 유식이 전역을 한 뒤에는 통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예 휴학을 하고 혜인은 유식과 서로 열심히 하기로 약속을 하고는 그녀 홀로 고시촌에 들어온 지 1개월.

    그녀는 너무 우울해졌다.

    그래서 홀로 무작정 걸었다.

    노량진의 높은 건물들 사이로 작은 하늘 조각들이 보였다.

    햇빛은 따분하기 비추기만 했다.

    1시간을 그렇게 걸었을 때, 그녀는 아픈 팔을 부추기며 고시원으로 돌아가길 마음 먹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유식에 대한 미움이 가득 차 있었다.

    황급히 가버린 그의 모습과

    또 다시 고시원에 홀로 남겨지게 될 그녀의 처량한 모습이 겹쳐 아른거렸다.

    그녀는 울먹울먹해지는 자신을 다독이며 고시원 건물로 향했다.

    횡하고 조금은 낡은 건물

    어두컴컴한 입구 옆에선 어떤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마치 굴 속 같은 그곳으로 그녀는 발걸음을 힘겹게 뻗었다.



    이 소설 역시 나름의 구성은 다 머릿속에 있는데...
    호련의 소심함으로 인해 완성되지 않은 소설 ㅇㅅㅇ)
    역시 2005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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