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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 #.2 二月-2
    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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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절부절 못하는 그를 나는 그렇게 바라만 보았다.
    결국 그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우산을 꺼냈다.

    "아!..."

    우산을 꺼내던 그가 문득 뭔가 생각난 것 같았다.
    우산을 가방에서 반만 내놓고 그가 말했다.

    "아이..내가 데려다 주면 안돼?

    나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쩜 저렇게 어리버리할까?!!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 괜찮아, 너희 집이랑 반대 방향인데다가 엄마가 마중 나오시니..눈 오는데 너도 얼른 들어가야지. "

    그는 우물쭈물했다.

    "아이........런.... 그래도..그래도..."

    혼자 중얼거리는 그, 손을 오물거리며 우산을 쥐었다 놓았다한다. 얼굴이 혼자 새빨개졌다가 노래진다.

    눈은 소리없이 마구..그야말로 마구 쏟아지고 있었고, 바지는 약간 축축해졌다.
    몸은 무겁고 기분도 점점 가라앉는 게 짜증도 눈처럼 쌓이는 듯..

    "그럼 대신 이거 우산 가져가!! "

    그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큰 소리로 말한다. 내밀락 말락하던 우산을 가방에서 빼드는데 마치 칼이라도 뽑는 것 같다.

    다음에 또 만나기 싫은데..
    저 우산을 받으면 조만간에 곧 만나야 할테지..
    곤란하게도 눈을 맞기도 싫다.

    " 응..? "

    애원하는 저 눈초리..정말 이 애 아기같다.

    " 에이 싫어, 넌 어쩌고? "
    라고 난 대답하며 우산을 그쪽으로 살짝 밀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역까지 우산을 같이 쓰고 그가 떠미는 우산을 난 받고야 말았다.
    짧은 인사를 뒤로한 채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나는 우산을 접고 전철을 탔다.
    우산에서는 녹은 눈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습기 찬 1호선 전철엔 사람도 붐볐다.
    전철의 고약한 냄새에 나는 잠시 미간을 찌뿌렸다. 아니, 냄새보다는 이 습한 기운을, 눅눅한 것을 없애줘..
    사람은 많은데 전혀 통풍이 안되는 전철 안이 꼭 콩나물시루 같다.

    머리 내민 누런 콩의 얼굴들은 우울하다.
    간혹 어떤 콩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데 우울한 얼굴로 깔깔 웃었다.
    그것은 조금 무섭기도 하고 우울했다.
    창 밖은 이제 눈 대신 어둠을 쏟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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