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호련의 소설] 낫을 든 할멈 2편
    일상 속 축복/소설 2009. 5. 23. 04:04
    반응형
    ☞<낫을 든 할멈1편> http://resa.tistory.com/495

    [1편]줄거리: 시장 식자재도매상에서 배달일을 하는 맹씨는 36세 가난한 총각이다. 배달꾼 일로 근근히 살아가는 맹씨인데..



    [호련의 소설] 낫을 든 할멈 2편

    마창상회에 와보니 김사장님이 바쁘게 장부정리를 하고 있었다. 영수증 묶음을 김사장 곁에 던지며 창고 정리를 하려는 맹씨에게 김사장님이 손사레를 젓는다.

    "정리 그만혀. 문 지금 닫는다. 만득이가 고기산대는구만."

    만득이면 이웃집 구만덕 사장이?? 그 짠돌이가 왠일이래.

    "뭔일 있대요??"

    "몰러몰러. 경기 안 좋은데 갸갸 실성했나"

    술 마실 일이 또 생겨서 맹씨는 쾌재를 부른다. 돈이 없어도 이렇게 신나는 일이 생기는구만. 김사장님과 함께 이웃집 구만덕 사장과 건너편 최주부와 함께 갈빗집을 갔다. 4명이서 갈비를 시키고 정신없이 소주가 오고간다. 한참 술이 오르고 배도 든든하니 천국에 온 것 같은 맹씨다. 한턱 내기로 한 구만덕 사장의 눈도 살짝 풀리고 입이 귀에 걸려있다.

    "2차도 가야지. 2차는 노래방이나 갈까 간만에"

    "뭣이여. 이봐 만득이. 뭔 좋은 일이 있는데 이런대? 어디서 한건 했나??"

    김사장은 평소답지 않은 구만덕 사장이 수상한가보다. 구만덕은 계속 실실 웃기만 한다.

    "사람이 평소 안 하던 짓 하면 위험하다는구만."

    "옛기! 김사장, 내가 평소에 뭘 그리 야박했다고 그래. 내가 그동안 쏜게 얼만데!!"

    "쏘긴 뭘 쏴. 늘 고기는 내가 쏴야 왔지. 10년을 같이 일했어도 어데 먼저 쏜 적이 있는감."

    구만덕 사장이 붉은 얼굴로 소주병을 김사장에게 들이대며 성을 낸다. 목소리는 커도 입은 웃고 있다.

    "허- 노래방 가믄 대신 내가 늘 맥주랑 쏘고 노래방도 쐈었잖아"

    "노래방은 뭘 얼마나 자주 갔다고 그래. 노래방 가서 아가씨 값은 자네가 안내잖아. 아가씨는 최주부가 냈지"

    "아, 그야 기집 좋아하는 최주부가 맨날 먼저 부르자고 하니 그렇췌- "

    "여자가 없으면 노래방이 노래방인겨. 에이 이 싱거운 만득이 같으니"

    최주부도 옆에서 한마디 한다. 그 와중에 가장 나이 어린 맹씨는 평소처럼 점잖게 고기를 먹으며 술만 마시고 있는데, 김사장하고 최주부가 계속 짠돌이가 미쳤느니 어쩌니 하고 구만덕 사장을 놀려도 구만덕 사장은 입이 찟어지려고 한다. 좋은 일이 있긴 있나보다.

    맹씨는 그렇게 최주부와 구만덕 사장과 김사장과 함께 노래방에 맥주집까지 갔다가 거나하게 취해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오니 안방에서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맹씨 오는 소리에 잠이 깨신건지, 맹씨가 올 때까지 안 자고 기다렸던 건지 모르겠다. 맹씨는 방에 오자마자 고꾸라져서 집에 들어온 그대로 쓰러져 자버렸다.
     
    "일어나야지- 만용아, 그만 일어나야지-"

    그새 아침이 밝았다. 6시 30분이다. 맹씨는 눈을 뜬다. 몸에 아주 돌덩이가 수백개는 달렸다. 머리 뒷통수를 벅벅 긁으면서 크아아아 하고 소리도 지른다. 술냄새가 물씬 난다.

    "만용아 밥 먹어라."

    맹씨의 어머니가 아침을 차렸다. 맹씨는 배도 안 꺼졌고 속도 안 좋아 못 먹는다 뿌리치고 고양이 세수만 냅다 하고 상회로 뛰쳐 나간다. 김사장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전날 술을 그렇게 마셔도 출근은 칼이라 맹씨도 일찍 나가야 한다. 김사장님은 독하기도 하시지 원. 선선한 4월 아침 공기가 맹씨의 잠을 떨쳐준다. 7시가 조금 넘어서 맹씨가 상회에 도착했다. 도매상인 마창상회는 식자재 전문인지라 일찍 배달 일이 많아서 문을 일찍 연다. 한때는 새벽 4시에도 배달을 나가던 때도 있었다. 김사장은 이미 일찌감치 출근해서 배달보낼 곳들 전표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맹씨는 술이 다 깨기도 전에 정신없이 배달을 나갔다 들어왔다. 9시 반이 되어서야 상회에 앉아 한숨돌리며 김사장이 타주는 커피를 받았다.

    " 내 어제 만득이 술에 완전 갔을 때 슬쩍 물어봤지."

    김사장님이 커피가 든 종이컵을 빙빙 돌리며 히죽히죽 웃었다.

    "뭘요?"

    "로또라는구만. 만득이"

    맹씨는 눈이 번쩍 떠졌다. 로또라구? 구만덕 사장이?

    "1등입니까?!!"

    "2등이래. 그 짠돌이 구만득이는 2등 당첨되었는데 기껏 쏜다는게 갈비랑 노래방이구만."

    어제 구만덕 사장은 로또 당첨 턱으로 김사장과 최주부와 맹씨에게 갈비를 쏜 것이었던 것이다. 분명 평소와 같지 않은 행동이길래 뭔 좋은 일이 있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그게 설마 로또일줄이야. 허- 끝까지 숨기려고 했었는데 김사장의 꼬득임에 넘어가 결국 실토했었나보다.

    "아침이나 먹자."

    맹씨는 김사장이 시켜주는 해장국을 함께 먹었다. 머릿 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몽글몽글 솟았다. 2등이면 대체 얼마일까. 평소에도 로또를 많이 해왔었을까. 구만덕 사장. 그건 그렇고 역시 짠돌이라 로또 당첨된 것도 자랑 안 했구나. 나 같았으면 신이 나서 벌써 말했을텐데. 2등 당첨될 때 꿈은 안 꿨나. 맹씨는 당장이라도 이웃집에 달려가 구만덕 사장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싶었다. 김사장은 말없이 해장국만 먹고 있지만 분명 배는 아픈 모양이다.

    "우리도 매주 한장씩 사야겠구만"

    김사장은 해장국을 다 먹고 뜬금없이 한 마디 하면서 웃었다.

    "얼마래요?"

    "몰라. 영진상회에 계란 한판 갖다줘야 한다."

    맹씨는 손에 계란을 들고 나서서 이웃집 구만덕씨네 식용류창고를 홀끗 내다보다가 다시 영진상회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도 로또를 해봐야겠다. 맹씨는 신이 난다.
     

    ☞<낫을 든 할멈1편> http://resa.tistory.com/495

    [3편]예고: 구만덕 사장의 로또당첨비결을 들은 맹씨는 구사장의 조언에 따라 점집에 점을 보러 가는데...
    점집의 할머니에게서 황당한 예언을 듣게 된다.



    [횡설수설 호련 한마디]

    만득이 사장님은 좋겠네..ㅇㅅㅇ)/ 즐거운 토요일 모두 한장씩 할까요?!ㅋㅋ

    김사장이 기분 나쁜 이유는 로또 당첨인 줄 먼저 알았으면 한우에..좀 더 비싼 2차, 3차를 제대로 갔을텐데
    모르고 비교적 싼 갈비랑 노래방만 얻어먹어서 속이 안 좋은거라는..하지만 이미 얻어 먹어버려서 더 쏘라 할 수도 없다.(ㅋㅋ)
    역시 짠돌이는 다른거다!!(=ㅅ=)b

    아무튼 2편도 쓰긴 썼네..-.- 호오

    <괜히 올리는 아차산 유원지, 호련의 친구 뒷모습이 보인다.>

    반응형

    '일상 속 축복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발문] 중죄 짐승 토끼에게 고한다  (23) 2009.05.23
    [호련의 소설] (가제) <낫을 든 할멈> 1편  (6) 2009.05.13
    바람노래 이야기  (2) 2008.12.24
    [소설]미안해요  (0) 2008.12.24
    코발트 블루  (0) 2008.12.2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