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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엔딩』, 죽음과 인사하는 법을 터득하다.
    자기계발 생활/서평 2009. 12. 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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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해피엔딩』
    글&카툰: 박광수
    사진: 김유철
    출판사명: 홍익출판사






    #1. 책을 읽기 전에


    요즘 한창 책에 목말라 있었다. 장바구니에 마음껏 담기엔 읽고 싶은 책은 많고, 한번쯤 읽고는 싶지만 굳이 집에 모두 다 사놓고 싶지 않은 계륵같은 책들과, 그럼에도 주변에 도서관을 못 찾은 초조함 때문에 심통이날 지경이었다. 왜 내가 나온 대학은 졸업생은 책도 안 빌려주는거야?! 게다가 도서관 출입증은 평일에만 만들 수 있냐구!! 하고 엉뚱한데다가 분을 풀었다.

    그 와중에 지인이 책을 준다며 신청하라길래 여기저기 몇 군데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신청을 해댔다. 
    박광수의 『해피엔딩』도 그런 책들 중에 하나였다.

    <미안해, 받고나서 펼쳐들어 읽기 전까지 난 너가 무슨 책인지 몰랐단다.>


    책은 예쁜 다이어리와 수첩과 엽서들과 함께 왔다.
    다이어리와 수첩과 엽서들은 제대로 들춰보지도 않은 채 회사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온통 관심이 책에만 쏠려 있었기 때문에 다른 데는 눈길도 안준 것...이 문자 중독증 같으니..)






    #2. HAPPY..'ENDING', 박광수..'죽음'을 말하다.


    해피엔딩이라고 하면, 우리는 동화책에서 보았던 '행복한 결말'을 연상하곤 한다.  
    박광수의 '해피엔딩'...우리 말로 말하자면 '행복한 죽음'으로 바꿔 이야기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포토&카툰 에세이이다.


    끝까지, 사무치게

    사막을 알기 위해 세상의 모든 사막을 다닐 필요는 없다.
    단 하나의 사막이라도 모래바람을 뚫고 끝까지 다녀왔다면,
    그  것  으  로    족  하  다  .

    생선의 맛을 알기 위해 세상의 모든 생선을 다 먹어볼 필요는 없다.
    단 하나의 생선이라도 머리부터 뼈까지 남김없이 먹어봤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커피 맛을 알기 위해 세상의 모든 커피를 전부 마셔 볼 필요는 없다.
    싸구려 자판기 커피라도 그 향을 가슴 깊이 음미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진정한 사랑을 알기 위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마주할 이유는 없다.
    단 한 사람과의 사랑이어도 뼛속까지 사무치는 것이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것으로 족하다.
    끝까지, 마지막까지, 사무치게.

    -본문 중 67p


    감사하게도 아직 때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죽는다.
    그것이 40년 뒤의 일 일수도 있고, 내일이나 5분 뒤의 일일지도 모른다.
    온 세상의 책을 죄다 읽을 것도 아니면서 무슨 욕심에 그리 아둥바둥 했을까.
    조바심내면서 '빨리빨리'하고 중얼거린 것은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박광수의 글과 책의 사진들은
    마치 시간이 멎은 듯, 혼자만의 고요함 속에 있게 했다.


    죽음을 아름답게 말하기 위해,
    죽음을 행복한 결말로 이야기하기 위해,
    그는 얼마나 사랑한 이들과 이별했고, 그 시간을 아파했고, 괴로워했을까.

    그가 책에 적은 단어 하나하나들은,
    아마도 그의 상처자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건, 그가 많이 아파했고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드 디 어 ,  이 제 야 ,  비 로 서  청 소 를  한 다 .
    창틀 사이에, 냉장고 문에, 신발장 속에당신이 남겨 놓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몇 날 며칠 망설였던 청소를 한다.
    그렇게 청소가 끝나갈 즈음 창틀 사이 윤기 없이 말라 버린
    당신의 몇 개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곤 반가운 마음에 와락
    눈물이 차오른다. 한참을 고민 끝에 끝내 훔쳐 내곤
    혼자 웃으며 중얼거린다.

    자기야, 어떻게 해?
    나도 이제 살아봐야지.




    #3. 책을 읽은 후 생각하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기에 더욱 삶을 선명하고 분명한 색채로 산다.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더 행복하다.


    박광수의 『해피엔딩』은 그런 책이다.
    종종..아니 자주.. 깜박하곤 하지만 우리는 죽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도 죽는다.

    그러니까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손을 더 잡아주고, 밝은 햇살을 더 많이 쬐며 행복하라며 어깨를 두드리려주는 그런 책.

    책을 읽고난 뒤,
    나는 마음이 한결 평온했다.


    내가 죽고 난 뒤엔 붉고 향기 진한 장미 한다발도 함께 품안에 안겨주고 같이 화장해준다면 좋겠는데...
    서평을 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충청투데이 인기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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