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지레 겁을 먹고 피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어떻게든 그것을 잡아서 성공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기곤 했다. 그래서 에이전시들에서 어떤 것을 요구해도, 내 대답은 망설임 없이 한결 같았다.
"Yes, I can."
그래서인지 나와 한번이라도 일을 해본 감독이나 사진작가들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싫다고 해도 제인만은 해줄 거야"하는 말들을 종종 했다. 나는 남들이 피하는 어려운 일이라도 어떻게든 뛰어들었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 또한 조금 인정을 받은 뒤에도, 가능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점은 다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제인 최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한 여성이 미국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 명사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벤 애플렉, 드류 베리모어, 매튜 폭스, 샌드라 오 등 듣기만 해도 쟁쟁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얼굴을 맡겼다. 미국에서 16년 째 일하는 메이크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인 최이다.
그런데 그녀가 서른살 이전에는 메이크업과 관련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면 믿겠는가? 심지어 대학 전공은 생물학이었으며,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였다고 한다면? 서른살이 되어서야 처음 들은 메이크업 수업이 헤어스쿨에서 일주일 단기 속성으로 가르치는 메이크업 클래스였다면! 놀랍게도 이 모든게 사실이라고 한다.
Keywore 하나, here & now
정말 목숨을 걸고 덤벼들었다. 이렇게 하는 동안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고, 발이 부르트도록 골목골목을 누비며 명함을 돌렸다. 언제 어디서 내게 기회가 올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고, 미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하는 것도 사치였다. 오직 ‘오늘’과 ‘지금’, ‘바로 이곳’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작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인정을 받는 것만이 최대의 목표였다.
-제인 최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p21 prologue
‘지금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쩐지 숙연해지고 말았다. 아무 어려움 없이 살아오던 가정주부가 서른살에 남편을 잃었다. 남편을 잃은 아픔도 이기지 못한 채 두 아이를 한국의 친정집에 보낸 뒤, 그녀는 하루도 쉼 없이 일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영어도 서투른 가정주부가 뉴욕에서 홀로서기 하는 게 어찌 만만한 일이었을까.
제인 최는 남들이 하지 않는, 하기 싫어하고 꺼리는 일, 잘 알지 못하는 일도 언제나 "Yes, I can.”을 외친다. 그리고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한다. 이번 일을 해내지 못하면 다음에 또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인 최의 이런 태도는 절실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이미 한번 삶의 밑바닥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사람은 또 얼마든지 금세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에 제인 최는 늘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Keywore 둘, "Yes, I can"
성공의 비결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미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지금 당장 알아야 했고, 궁금한 점은 어떻게든 답을 알아야 했다. 또한 부족한 점이 있으면, 전문가를 찾아가서라도 보완을 하려고 노력했다. 모른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알면서도 모자란 점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 더 부끄러운 게 아닐까.
-제인 최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자신의 얼굴도 공들여 화장하지 않았던 가정주부가 어느덧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음직에도, 명성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금전적으로도 꽤 여유가 생기게 되었음에도 그녀의 태도는 한결같다. 홀로서기를 하던 처음처럼 지금도 솔직하고 겸손하며 묵묵히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제인 최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많은 어머니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힘겨웠던 나의 지난 날의 기억도 마치 기차에서 창 밖 풍경을 스쳐 감상하듯 머릿 속을 술렁 지나갔다. 나에게도 제인 최처럼 "Yes, I can.”밖에 외칠 수 없던 날이 있었는데... 그 생각을 하면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 덕분에 그녀의 절실함을 십분의 일만큼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제인 최의 성공을 부러워 하기도 전에, 지나온 고생길을 잘 이겨낸 것만으로도 나는 그녀를 마음껏 찬사하고 싶어졌다.
모두들 경탄했다. 하지만 요술이란 없었다. 모든 일이 처음 계획한 대로, 아이디어를 짜낸 대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이뤄지기까지,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계속 하여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것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란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제인 최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최근 나는 꽤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최근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몇개월 동안 무기력함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제법 성실한 사람 축에는 드는지, 하던 일은 꾸준히 하고 있긴 하나 이전처럼 짜릿할 정도로 신이 난다거나, 두근거리는 설렘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도 전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해졌다. 원인은 알지만 아직은 행동할 때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 생각해 그저 마냥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마치 신선한 광풍이 휘몰아치듯 내 마음 속을 훝고 지나갔다.제인 최의 아름다운 끈기와 겸손을 마주한 덕이다. 오랜만에 머릿 속이 조금 상쾌해지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흔히들 성장이란 20대 정도에서 끝나고 30대부터는 안정을 찾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마음의 성장, 영혼의 깊이를 키워가는 과정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고 믿는다. 성장하려는 이들에게는 발전과 함께 새로운 기회가 자꾸 만들어지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보낼 뿐이다. 마치 스스로 독립하기 이전의 내 삶이 그랬던 것처럼.
-제인 최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인생을 메이크업하라'
세상 일은 무엇 하나 우리 뜻대로 되는 법이 없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명성을 얻기는 쉽지 않고, 힘겹게 이룬 것들이
무너지는 것도 잠깐이다. 이럴 때일 수록 묵묵히 인내하며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성실하게 해내야만 한다. 욕심없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프로의 얼굴로 일을 마주해야 한다. 제인 최가 그렇게 뉴욕을 거닐었듯, 나 역시 쉼 없이 가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