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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
    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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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참동안 그의 머릿 속은 텅 비어있었다.

    백지 상태의 세계..


    스믈스믈... 물 속에서 무언가 기어나오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느낌처럼

    그녀가 그의 머릿 속에 스며 올라왔다.


    그는 구토를 할 것만 같은 역겨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마치 물이 사람의 형상이 된 것 같이 그녀의 형체는 알 아 볼 수 없었다.

    그저 저 부분에 얼굴이 있고, 가슴 허리 다리.... 아마 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인가 보다하고 가늠할 정도일 뿐..

    점점 그의 머릿 속이 뿌옅게 변한다.

    아니, 흐리멍텅하게 떠 있던 그의 눈도 뿌옅게 흐려져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머릿 속은 꽉 찬 안개처럼 흐려져서

    다시 백지 상태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이 빙빙 돌면서 그는 심한 어지러움증을 느꼈다.


    " 또 젖었군요!! "

    병든 닭 같이 비쩍 마른 최간호사가 눈을 흘기며 쌀쌀궃게 말했다.

    " 이래서 꽃병을 못 두게 하려던 거였는데!!"

    그의 옷은 흠뻑 젖어있었다.

    무의식 중에 자신의 옆에 있던 꽃병을 자신의 몸 위에 뒤집어 버렸던 것이었다.

    새로 꽃을 놓아둔지 얼마 안 된차라 아직 물은 싱싱했지만,

    그래도 왠지 비릿한 썩은 내가 꽃 향기와 함께 났다.



    " 제가 할게요!! "

    영화는 읽던 책을 황급히 팽개치고 수건을 들었다.

    " 절대 물을 환자 주위에 두지 마세요!! 시트가 젖은게 몇번째입니까? "


    최간호사는 비쭉거리며 들고 있는 서류를 휙휙 넘기면서 말했다.

    나뭇가지 같은 그녀의 왼손 넷째 손가락에는 희미하게 반지자국이 남아있었다.


    " 무,...무..."

    젖은 자신의 옷을 매만지며 그가 말했다.

    그의 눈은 마치 동태의 눈과 같이 생명력이라곤 전혀 없었다.




    " 안돼 안돼, 벗어야해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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