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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 #.1 장자
    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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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사람에겐 각기 각각의 꿈같은 시간이 있는 것 같다.
    비록 그 꿈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현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시간을, 경험을 겪곤 한다.
    꿈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기도 하고, 만일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기를 빌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라던지, 혹은 제발 꿈이기를 바라거나 꿈으로조차 꾸고 싶지 않는 일들을 겪기도 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옛 기억을 떠올리며 과연 그것은 꿈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나에겐 그가 그랬다.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던 그는, 나에게 꿈을 꾸는 듯한 착각을 주었고, 그가 꿈이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때 그 일이 꿈이었던 것 같고, 아니 차라리 지금이 꿈이었으면 좋을텐데..
    차라리 장자가 나비였다는 것을 사실로 믿고 싶다.
    이쯤되면 정말 나도 중증임에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꿈이었다면 이렇게 안타깝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결코 그를 환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는 살아 있었고,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

    자,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지.

    나는 내 방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던 다섯 권의 책을 집어들었다.
    모두 이번 레포트에 참고 자료로 쓰려는 책들이었다.
    그 때 또 역시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팽개쳐 있었던 핸드폰이 울기 시작했다.

    전화다.

    태호였다.

    무시한 채 책을 들고 거실로 나가려다 다시 책상 위에 가지런히 책을 내려 놓았다.
    벨소리 때문에 다섯 권의 책이 책상 위에 닿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핸드폰은 여전히 가련하게 울고 있다.
    신나고 경쾌한 음악인데도 어째서 저렇게 외롭게 들릴까..
    이미 5통을 받지 않았음에도 끈질기구나. 너...
    갑자기 뭔가가 허탈해짐을 느끼며 나는 전화를 받았다.

    " 응, 나야."

    핸드폰 너머로 잠시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떨리는, 그리고 약간 다급한 듯한 그의 음성이 나즈막히 핸드폰 안에서 울렸다.

    " 나, 너네 집 앞이야.."

    이 놈도 중증이군.
    나는 더욱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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