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축복/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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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작> 혼합에의 갈망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5
#1. 운명 그는 자신의 아래를 본다. 더운 김이 나고 있다. 하얗고 투명하다. 온갖 빛은 그를 때린다. 그는 더운 김에 서려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건가. 이건가. 이것이 나인가." 그는 공포에 질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찾았다. 아니다! 그의 눈은 희뿌연하다. 보이지 않는다. 그의 몸은 흠뻑 젖었다. 순식간에, 순식간에 그의 머릿 속에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마치, 사람이 죽을 때 그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듯이... 그렇게 그는 자기 자신을 회상했다. #2. 어둠 어두운 방. 그는 잠에서 깼다. 차갑다. 그는 자신이 차갑다고 느꼈다. 일어나기 힘들다. 전신은 마비가 되어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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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2 二月-2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2
안절부절 못하는 그를 나는 그렇게 바라만 보았다. 결국 그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우산을 꺼냈다. "아!..." 우산을 꺼내던 그가 문득 뭔가 생각난 것 같았다. 우산을 가방에서 반만 내놓고 그가 말했다. "아이..내가 데려다 주면 안돼? 나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쩜 저렇게 어리버리할까?!!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 괜찮아, 너희 집이랑 반대 방향인데다가 엄마가 마중 나오시니..눈 오는데 너도 얼른 들어가야지. " 그는 우물쭈물했다. "아이........런.... 그래도..그래도..." 혼자 중얼거리는 그, 손을 오물거리며 우산을 쥐었다 놓았다한다. 얼굴이 혼자 새빨개졌다가 노래진다. 눈은 소리없이 마구..그야말로 마구 쏟아지고 있었고, 바지는 약간 축축해졌다. 몸은 무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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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2 二月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1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2월이었다. 2월 초순의 눈이 내리던 날이었는데 사실 그 날의 날짜와 눈이 내리기 시작한 시간까지 기억한다. 하지만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2월이었고, 눈이 내렸으며, 나는 그와 만났다는 것. 우리 둘이 대면했다는 것이다. 그날은 정오에 태호와 만났었다. 태호는 나와 같은 과 동기로 사실 나는 그와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잘 아는 사이조차 아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태호는 나에게 연락하는 것이 마치 취미였는 듯 했고, 무척이나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난 그에게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를 거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마음의 미동도 없었기에 가끔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무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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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1 장자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0
누구나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사람에겐 각기 각각의 꿈같은 시간이 있는 것 같다. 비록 그 꿈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현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시간을, 경험을 겪곤 한다. 꿈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기도 하고, 만일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기를 빌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라던지, 혹은 제발 꿈이기를 바라거나 꿈으로조차 꾸고 싶지 않는 일들을 겪기도 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옛 기억을 떠올리며 과연 그것은 꿈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나에겐 그가 그랬다.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던 그는, 나에게 꿈을 꾸는 듯한 착각을 주었고, 그가 꿈이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때 그 일이 꿈이었던 것 같고, 아니 차라리 지금이 꿈이었으면 좋을텐데.. 차라리 장자가 나비였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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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49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참동안 그의 머릿 속은 텅 비어있었다. 백지 상태의 세계.. 스믈스믈... 물 속에서 무언가 기어나오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느낌처럼 그녀가 그의 머릿 속에 스며 올라왔다. 그는 구토를 할 것만 같은 역겨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마치 물이 사람의 형상이 된 것 같이 그녀의 형체는 알 아 볼 수 없었다. 그저 저 부분에 얼굴이 있고, 가슴 허리 다리.... 아마 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인가 보다하고 가늠할 정도일 뿐.. 점점 그의 머릿 속이 뿌옅게 변한다. 아니, 흐리멍텅하게 떠 있던 그의 눈도 뿌옅게 흐려져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머릿 속은 꽉 찬 안개처럼 흐려져서 다시 백지 상태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