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명 : 마이클 샌델
출판사명 : 김영사
사업을 하다 보면 유혹도 많고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CEO가 찾아야 하죠. 결정 하나에 많은 사람이 울고 웃기도 합니다. 모든 이를 행복하게 할 최고의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죠. 하루하루가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중심을 잘 잡고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또다시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듭니다. 대체 ‘정의’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정의로워야 할까요.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이 질문에 답을 던집니다.
이 책은 매년 천여 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수강하는 명강의를 엮은 것입니다. 저자는 도덕적 딜레마와 정의에 대한 갈등에 대해 여러 가지 예시를 들어 의문을 제기한 뒤, 그동안 가졌던 고정관념과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함정을 꼬집습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 것인가. 다수에게 좋은 결정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면, 스스로 원한 '자살'도 괜찮지 않을까? 부자의 돈을 뺏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주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이런 의문은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지지만, 해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다룰 필요가 있는 것들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지난 수천 년간의 정치 철학을 소개하며 정의에 대한 관점을 하나씩 짚어 설명합니다.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부터 이마누엘 칸트, 존 롤스의 평등주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그리고 공동선까지. 심오한 철학에 조금은 어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흡입력은 상당합니다. 손에서 쉽게 떼기 어려워 밤새 다 읽었는데 워낙 생각할 거리가 많아, 읽은 뒤에도 수없이 들춰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모릅니다.
정의는 결과와 상관없이 추구해야 하는 것
자유로운 행동은 주어진 목적에 걸맞은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를 선택하는 것이다. p155
책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칸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다수의 행복이 선이라는 공리주의를 반대했습니다. 또한 오직
‘그 자체로 절대적이며 다른 어떤 동기도 포함하지 않은 채 명령을 내리는 실천 법칙’인 정언명령만이 도덕적인 명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그리고 일반적으로 모든 이성적 존재는, 이런저런 의지에 따라 멋대로 쓰이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자신의 몸은 자유의지대로 마음껏 다뤄도 될 것 같지만, 실제로 우리에게는 우리 몸의 장기를 판매할 권리가 없습니다. 타인처럼 자신을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자신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칸트는 자살 역시 타살과 마찬가지로 옳지 못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자신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인간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재산이 아니다. p181
도덕이란 가장 좋은 결과를 위한 행위가 아닙니다. 결과가 어찌 되든 간에 상관없이 추구해야 하는 올바른 가치죠. 이것은 특히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필수덕목입니다. 사업의 목적 중 하나가 이윤추구이다 보니, 어떤 유혹은 회사를 위해 거부하면 안 될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때 자신의 선택이 과연 잘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면 이 말을 다시 떠올립시다.
우리가 정의를 추구해야 하는 까닭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해하라고 추천합니다. 여기에는 올바르게 분배하는 것과 함께 올바른 가치를 측정하는 문제도 함께 고민하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는 책 후반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동료 시민이 공적 삶에서 드러내는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피하기보다는 때로는 그것에 도전하고 경쟁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경청하고 학습하면서,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어려운 도덕 질문을 공개적으로 고민한다고 해서 어느 상황에서든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거나, 심지어 타인의 도덕적, 종교적 견해를 평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도덕적, 종교적 교리를 더 많이 알수록 그것이 더 싫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해보기 전까지는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p370
서로 이익이 얽혀 있거나 도덕적, 종교적 신념에 견해가 다르다면 우리는 정의를 추구하는 대신 회피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견해 차이를 피하지 말고 진실한 ‘정의’를 위해 도전하고 학습하면서 직접적으로 개입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의 말처럼 타인의 견해를 평가할 수 있는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합의해야 할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마음 상태가 아니라 존재 방식이며 ‘미덕과 일치하는 영혼의 활동’이라고 합니다. 정의를 추구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차가운 진실도 마주해야 할테지만, 그래도 용기있고 기쁘게 정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쾌락과 고통을 구분하고 고상한 것에서 기쁨을 천박한 것에서 고통을 느끼는 데 있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