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집행자
감독 : 최진호
출연 : 윤계상, 조재현, 박인환, 차수연
사형수를 사형에 집행하는... 교도관들을 그린 이야기
영화를 보다가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영화 자체도 슬펐지만, 영화 속 내용이 단지 영화에 불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실이 슬펐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난 뒤에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의 삶의 한 장면'을 엿본 느낌이었으니까.
대학시절 취업에 대비하여 사형찬반 토론을 했을 때,
사형수의 존엄성에 대해서는 논의를 했었지만,
미처 단 한번도 사형수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들은 진짜 그저 '법 집행' 자였으니까.
이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배려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리라.
가끔 미국영화 중에는 6.25에 참전한 미군병사가 이후 인생을 사는 내내 괴로워하는 내용이 나오곤 한다. (그랜토리노)
혹은 독일 포로수용소를 지킨 죄로 이후 인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도 있다. (더 리더)
'정의'나 '법'의 이름하에 어쩔 수 없이 행동했던 이들.
<공동경비구역 JSA>도 떠오르고,
'법'의 이름하에 원치않게 시위대와 싸운 전경
전쟁터에 파견되어 사람을 죽이게 된 군인
혹은 영문도 모르고 지시 받은 채 광주민주화항쟁에 탱크를 몰고갔던 사람도 있겠지....
스스로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일한 댓가로 평생을 고통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모두 그저 당연히 여기고 있었던 것들이다.
극 중 조재현이 말하길. "우리는 단지 법을 집행하는 것 뿐이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형을 집행한 사람 중에는 나중에 '무죄'로 밝혀졌던 사람도 있었다고.......
그 악법을 정한 것도, 죄를 선고한 것도 모두 사람인데...
사형을 반대하냐고 묻는다면 차마 대답을 못하겠다.
나영이 사건이나 큰 범죄행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나도 '사형... 해야하지 않을까'하고 자연스럽게 말이 나올 것이다.
다만 처벌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벌은 죄값을 치루게 하기 위해서 내리는 것이 아니다.
처벌은 다른 이들이 그것을 보고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태어나서부터 '죄를 짓고 살아야지' 마음 먹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보고 나서 기분이 참 무거웠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