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되면 각양각색의 빙수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요즘 특히 빙수가게가 어찌나 많이 생겼는지 가는 골목마다 빙숫집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예쁜 빙수 사진이 때때로 올라올 때마다 '저런 빙수가 다 있어?' 하고 신기함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저 어릴 적엔 연유와 통조림 팥, 떡, 젤리를 넣어 먹는 빙수가 보통이었는데, 요즘 빙수는 팥외에도 녹차, 감, 딸기, 오레오, 치즈케이크 등 참 다양한 재료를 쓰더군요.
저는 팥빙수는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요.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단팥을 싫어하거든요. 그런데도 집근처에 있는 이 팥집의 빙수는 호기심을 꽤 자극했습니다.
커다란 그릇에 1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파는 다른 빙숫집과는 달리, 눈내린 팥집의 빙수는 1인분도 판매합니다. 우유빙수의 가격은 6천원이에요. 둘이서 1인분만 주문해도 될까 망설이다가 다른 손님들도 작은 빙수를 먹는 걸 보고 주문합니다.
소복히 눈이 내린 듯한 우유빙수. 얼음결이 보기에도 참 부드럽습니다.
마치 눈을 먹는 것 마냥 입 안에 닿으면 사르르 녹습니다. 굉장히 부드러워요. 딱히 다른 재료가 없어도 맛이 납니다.
팥을 싫어하는 저이기에 팥을 다른 그릇에 내어준 것도 참 마음에 듭니다. 살짝 맛을 보았는데 달고 단 일반 통조림 팥이 아닌 직접 쑨 팥 맛이 납니다. 이런 팥이라면 저도 마음에 드네요.
입자가 고운 만큼 빨리 녹을까봐 아까워 낼름낼름 먹었습니다. 순식간에 바닥이 보입니다.
가게 밖에는 테이크 아웃도 된다고 써 있는데 실제로 포장 손님도 많습니다.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밤 늦게까지 손님이 많더군요. 아마 술 한 잔하고 빙수 생각이 나서 온 것이겠죠. 어떤 날은 손님도,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다른 빙숫집을 찾기도 할 정도로 인기 있는 가게랍니다. 이제 날이 추워지면 팥죽 쑤는 냄새가 풍겨오겠네요.
눈내린팥집 / 02-468-6778 / 광진구 화양동 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