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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발문] 중죄 짐승 토끼에게 고한다
    일상 속 축복/소설 2009. 5. 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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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죄 짐승 토끼 봉고의 이쁜 척- 가증스럽다>

    [고발문] 중죄 짐승 토끼에게 고한다.

    죄 많은 토끼 봉고 네놈은 들어라.

    비록 너가 산짐승, 들짐승이오 라고 하며 너의 억울함을 호소할지도 모르나, 사람과 함께 살게 된 이상 사람의 법도를 따라야 하는 것이 네 놈의 운명!!  여지껏 저지른 너의 행태가 너무 고약해서 이렇게 너의 죄를 밝히는 글을 쓰니, 꼬리 끝 부터 귀 끝까지 잘 새겨 듣고 앞으로는 행동거지를 바로 잡도록 하여라.

    중죄 짐승 토끼 봉고는 호련의 막내동생의 몸종으로서 동생이 2,3주마다 한번씩 집에 올라올 때 곁에서 보좌하고자 따라오는 애완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애완동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비록 네가 털은 복슬복슬, 귀는 쫑긋쫑긋, 까맣고 맑디 맑은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토끼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나, 오랜만에 주인의 언니를 보면 냉큼 달려와 안기지는 못할 망정, 한번 안아보려고 하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번 쓰다듬어보려고 하면 이쪽으로 냉큼, 저쪽으로 성큼, 도망을 다니는 괘씸함을 보이는구나. 아무리 너가 예쁘고 사랑스럽더라도 그림의 떡과 다름없으니 어찌 네 놈에게 정이 갈 수 있겠느냐. 이제는 네 녀석이 그 귀여운 귀를 세우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 보아도 안 통한다 안 통해. 호련은 중죄토끼 봉고를 이제 TV에 나오는 토끼, 사진으로 보는 토끼, UCC로 보는 토끼와 동일한 토끼로 간주하겠으니 너무 통탄치 말거라. 이 모든게 죄 많은 너의 잘못이렸다.

    토끼 네 놈은 생김새부터 간사하기 짝이 없구나. 복스럽고 하얀 모습에 착하고 순한 어린이들의 친구인 것처럼 흉내를 내고 있다. 너의 그 크고 긴 귀는 세상의 소리를 잘 경청하는 겸손한 짐승이 되겠소라고 하며 다른 목소리만 우렁찬 짐승들과는 차원이 다른 동물인 척 고고한 모습을 하고 있구나. 하지만 이 호련의 눈은 속일 수 없는 법. 너는 멍멍이처럼 멍멍멍멍, 고양이처럼 야옹야옹 소리도 못낸다. 너가 토끼토끼라고 할 줄 아느냐, 깡총깡총이라고 할 줄 아느냐. 그저 주인이 괴롭히면 '끙~' 하거나 '크르르..' 하고 약간의 소리는 낼 줄 아는지 모르나, 세상 어디 누구가 토끼가 무슨 소리를 내는 줄 아는 사람이 있느냐. 그저 말은 못하겠으니 할 수 없이 귀를 쭉 내밀고 소리만 열심히 듣는 동물이거늘. 소리높여 네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다른 이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려고 하는 겸손한 동물인 척 하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아무리 네가 깜찍하고 한번 만져보고 싶고, 보는 것만으로도 넋을 잃을 정도로 사랑스러우면 뭐하냐. 너의 진면목을 이제 다 알고 있다.

    토끼 네 녀석은 애완동물이면서도 주인이 밥을 주면 감사히 먹지는 못할 망정 음식도 가리니 배가 부른 동물임에 틀림없다. 너는 가격이 싼 사료는 안 먹고 비싼 귀리와 같은 음식만 골라 먹으며 3일 동안 음식투정을 부렸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건만, 그래도 호련이 사랑하는 마음을 다해 가져간 천마의 줄기도 냄새만 킁킁 맡고 뿌리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감사합니다 하고 절을 하며 꼬리를 살랑살랑 거려도 시원찮을 판에 음식을 주는 우리가 너의 건강과 영양을 고심하며 먹을 것을 골라야 하니 이게 웬말이냐.

    비록 네 거처가 토끼가 살기에는 적합한 환경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만은 키워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거라. 이 요망한 것아. 베란다에 네 살 곳을 마련해 놓고 물도 주고 짚풀도 깔아주었으면 얌전히 거기에 있을 것이지. 집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기웃기웃, 유리문에 발을 대고 불쌍한 표정을 아무리 지어 보아도 내가 문을 열어줄 성 싶으냐. 청소를 하려는데 환기를 시키려고 베란다 문을 열기만 하면 집안으로 후다닥 들어오니 난처하기가 짝이 없구나. 하는 수 없이 네 몸뚱이가 못 들어올 정도로 조금만 문을 열어야 하는 불편함을 내가 감수하며 청소를 해야 하니, 이 얼마나 귀찮기 짝이 없는 동물인고. 호련이 열심히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도 하며 방을 치웠구만, 잠깐 밖에 나갔다 온 사이에 어느 새 집안에 침입하여 호련의 침대 위에 뻔뻔하게 앉아 있구나. 너를 본 호련이 놀라 '헉!'하는 소리도 채 지르기 전에 너가 피해자인양 후다다다다닥하고 금세 도망을 치니 호련의 어처구니도 함께 놀라 도망가버린다.

    너는 아양도 떨 줄 모르고 묘기도 부릴지도 모르는게 도도하기 짝이 없다. 토끼 봉고야. 내 그래도 너를 어여삐 여기고 불쌍히 생각해서 너의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오히려 내가 묘기를 부리며 너를 찍으러 돌아다녀야 하니 이게 웬말이냐. 사진을 찍고 싶어도 이리 껑충, 저리 껑충, 구석으로 도망갔다가 금세 냉큼 빠져나가버리니 도저히 찍을 수도 없다. 우리가 너를 키우는 게 맞기는 하냐. 밥을 주고 재워주고 사랑해주면 감사히 여기며 부모로 여기고 은혜를 갚을 생각은 못할 망정 호련이 오히려 '이리온 봉고~ 이리온~'하며 애교를 부려야 하니 정말 억울함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부른다고 오기는 하냐, 할 수 없이 사료봉지를 흔들어야 밥을 주나 보다 하며 그때서야 슬금슬금 다가오니 한심한 동물이로다.

    너의 자랑은 예쁘고 고운 털을 가진 깜찍하고 귀여운 외모 밖에 없다. 내 아무리 너를 안아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도 베란다에 두는 이유는 토끼 너가 아무리 슬픈 표정을 짓고 날 바라보아도 속지 않기 때문이다. 너의 미모에 현혹되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면 열심히 손가락을 핥으며 그제서야 아양을 떠는구나. 하지만 집안에 들어오면 죄를 모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침대  밑으로 샤샤샥 도망을 쳐버리니 호련은 네 놈을 언제 내보낼 수 있을까 온 신경이 바짝 서는구나. (막 글을 쓰는 지금도 집안에 난입하는 네 놈을 쫓아낸 터이다.) 언제까지 네 미모만 믿고 그렇게 설쳐댈 것이냐. 멀지 않았다. 이 글을 네가 읽거든 반성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와 귀를 숙이고 오너라 토끼 봉고야 한번만 안아보자. 얌전히 좀 있거라. 사진 좀 찍게 해다오.


    <도저히 새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예전에 찍은 봉고 모습으로 대체합니다>

    + 동생이 붙잡아 줘서 찍은 봉고의 새사진



    예쁘기도 해라+_+)




    정말 딱 봐도 개구장이 같이 생긴 봉고 >_<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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