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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련의 소설] (가제) <낫을 든 할멈> 1편
    일상 속 축복/소설 2009. 5. 1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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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련의 끄적끄적 소설] (가제) <낫을 든 할멈> 1편 GoGo!!

     맹씨는 담배를 빨았다. 뽀얀 담배 연기를 금세 휴우 내뿜는다. 휴우, 휴우, 그래도 모든 것이 다 지겹고 귀찮을지언정 오직 지겹지 않는 것은 이 담배가 유일하다. 망할 담배 같으니 집에 가면 어머니가 또 끊으라고 잔소리 할테니 지금 많이 피워놔야 한다. 맹씨는 혼자 생각하다가 히죽 웃었다. 사는 낛이라도 있어야지. 상회에서 5분 거리인데 두개째 다 피고 한개만 더 피우고 들어갈 참이다.

     금산식품집에서 빵가루를 더 이상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거래하던 거래처가 부도났대나 불이 났대나 아무튼 그 집 거래처가 없어지는 통에 거래가 끊겼다고 한다. 빵가루는 가장 많이 납품되는 집이 금산식품집이었는데 인제 우리도 빵가루 그만 팔게 생겼다. 사장이 이 말 들으면 또 중얼중얼 할터인데 그래도 상회 들어가면 말해야겠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곽을 콱 구겼다. 방금 전 3개째가 돗대였다. 맹씨는 담배를 다 피우고 나면 항상 담배곽을 구긴다. 왠지 이래야 담배를 끝까지 잘 피운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늘 버리던 전봇대 밑에 담배곽을 왼쪽 무릎을 살짝 굽히는 특유의 자세로 휙 버리고 상회로 향해 쾌활하게 걸어갔다.

     중앙시장 노른자 땅에 위치한 식자재용품 도매상 마창상회는 아침에 들어온 물건들로 꽉 차 있었다. 사장은 아침부터 계속 뚱한 표정이다. 맹씨가 금산식품 집에서 더 이상 빵가루를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전하니 김사장이 표정이 더 뚱해졌다.

    " 재미 다 봤네. 재미 다 봤어."

     김사장은 투덜투덜하며 쌓여있는 빵가루들을 쳐다본다. 쉰을 넘은 김사장은 요새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좋아하던 술도 안 마시고 자꾸 상가 사람들과 토론을 벌이는게, 설마 마창상회를 없애려고 하나? 맹씨는 잘 모르겠다. 아마 사장님이 잘 하시겠지. 설령 나를 내쫓으려고 그럴 일은 없을게다.

     마창상회는 몫 좋은 자리라고 주변 사람들은 노른자 자리라며 칭찬을 하지만 김사장은 그때마다 역성을 든다. 사람 얼굴 노래지게 만드는 땅이라서 노른자 땅이라고. 가게자리가 김사장 것이 아니라서 매달 세를 내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 손이 벌벌 떨린다며 김사장은 가게자리를 말할 때마다 손을 위 아래로 휘젓는다. 식자재는 어차피 단골손님 대상인데 몫이 좋고 안 좋고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근처 좋은 가게자리 있으면 알려주소 하지만 막상 누가 와서 어디 가게가 싸다고 해도 그땐 또 옮기지는 않는다. 맹씨는 그런 김사장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왜 20년 넘게 이 곳에서 장사를 한 김사장이 가게자리를 안 사고 계속 세를 내며 장사를 해왔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뭐 사장님이 생각이 있겠지.
     
     맹씨 나이는 37살, 6년째 마창상회에서 배달 일을 했다. 20대 때는 폼나는 일도 해보고 싶었고 회사도 가볼까 기웃기웃 거렸지만 복잡한 것 싫어하고 글씨 보기 싫은 맹씨는 배달 일이 딱 맞았다. 가끔 술 진탕 먹고 늦잠자다가 출근하면 김사장이 욕을 바가지로 하긴 했지만, 그런 날 저녁에는 김사장이 회를 사줬기 때문에 금세 또 잊었다. 식용유18L 한통과 떡볶이 떡, 우동면을 오토바이에 싣고 와와분식으로 갔다.

     " 와 사모님, 이번에는 20일에 꼭 수금 지켜달래요. 사장님이"

     " 알았어. 알았어 맹사장은. 내 수금 못 지킨거 2번 밖에 더 돼? 김사장님 우리도 단골인데 그러시는거 아니지, 이거이거 찐빵 좀 먹고가, 맹사장."

     와와분식이라서 와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넉살좋은 이복순 아주머니를 맹씨는 무척 좋아했다. 가끔 맹씨에게 잘 생겼다며 여자 많이 따르겠다는 속없는 농담도 간드러지게 하고, 배달꾼 맹씨에게도 맹사장이라고 불러주는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복순이라는 이름처럼 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와와분식은 늘 손님이 많아서 맹씨도 올 일도 자주 있고 돈도 꽤 벌었을게다.

     "맹사장은 그때 36살이라며. 장가 가야지. 주변에 마음에 드는 처자 없나?? 얼굴 따지지 말고 이제 얼른 가야지"

     "36살은 작년이고, 올핸 37이예요. 37!! 얼굴을 따지긴요. 여자가 어디 있어야죠. 괜찮아요."

     "아, 그게 작년이었나?? 쿄효효효효!! 맹사장 얼굴이 너무 동안이라 그래. 쿄효효효!!! 여자가 없긴 왜 없어!! 배달 일도 열심히 했겠다 모아 놓은 돈도 꽤 있을텐데 이제 그만 장가 가!!"

     순간 잘 먹던 식은 찐빵이 목에 걸릴 뻔 했다. 이 아줌마는 복은 많은데 오지랖이 넓은게 지랄이다. 거래처 갈 때마다 듣는 소리라 결혼 얘기는 지겹지는 않지만, 돈 얘기만 나오면 괜히 울컥하는 맹씨였다.

     "내가 참한 색시 하나 소개시켜 줄게 만나볼텨??"

     와 사모님은 물잔을 내민다. 역시 장사로 굵은 손은 이런 눈치는 빠르다. 맹씨는 물을 마시면서 대충 얼굴을 흔든다.

      '됐시요."

     맹씨는 손사레를 치며 와와분식을 빠져나왔다. 손목시계는 4시가 다 되어간다. 인제 오늘 배달은 거의 끝난 거 같다. 아, 담배 사야지. 맹씨는 오토바위 위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와와분식 옆 슈퍼에 가서 담배를 샀다. 길가에 위치한 와와분식과 슈퍼 앞 보도에는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앉아서 나물을 늘어다 놓고 앉아 있다. 나물을 팔고 있는거다. 할머니는 주섬주섬 왼편에 쌓인 나물들을 작은 칼로 다듬고 있었다. 맹씨는 슈퍼에 나오자마자 담배를 익숙하게 뜯어 물고 불을 붙혔다. 평범한 쭈글탱 할머니를 곁눈질로 지나친 맹씨는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다시 마창상회로 향했다. 




     


    [횡설수설 호련 한마디]
     할일없는 호련이 갑자기 급 스토리가 생각나서 쓴 소설, 제목도 안 정했고 맹씨도 1시간 전에 정했다. ㅇㅅㅇ
    담배곽..은..근데 종이 담배곽이 있고 상자 같은 담배곽이 있는데..두개 포장 이름이 뭐지??;; 상자 담배곽을 구기면 손이 안 아플까-_-? 아, 남자들은 괜찮나..(뭔가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호련이었다) 근데 상자 담배곽은 구겨지긴 하나 콱하고???  콱 구겨지는 건 종이 담배곽??

    아, 소설을 쓰면..쓰다보면 늘 길어져서..완결이 안 난다. 안돼, 단편으로 끝내야해. @_@
    아니, 그보다 밝고 긍정적이며 쾌활한 토마토 메일의 저자가 쓰는 어둡고 음침한 비극소설인데 이건?? -ㅂ-
    평소 올바르고 화사한 여자 호련이 쓰는 조금 삐딱한 글인데..-.-



    <소원나무에 달린 소원, 소원버튼에 쓰인 소원들..축제 때는 이런걸 많이 한다. 좋다.>

    요즘 아빠들은 참 힘들구나.
    닌텐도도 사줘야 하고 큰집으로 이사도 가고 담배도 피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아, UFO를 우리나라가 만들게 해달라는 아이..우리가 외계인이니? 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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