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전은 다른 작품에 비해서 비교적 쉽게 읽혀진 작품이었다. 작품 내에서도 큰 갈등이나 엄청난 위기도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김생이 혼자서 상사병에 걸려서 시름시름한 것과 김생과 영영이 3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 이외에는 작품 내에서 그다지 큰 고비도 없었고, 김생이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고 김생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도와서 결국 영영이와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앞서 읽어보았던 '운영전'과는 엄청난 대비감을 느꼈다. 운영전은 김생과 운영이 잠시나마 서로에게 말 걸기도 무척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둘이 마음 고생도 많이 했고, 사사건건 주위에서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그들이 서로 만나게 하기 위하여 선뜻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운영전은 현세에서 비극으로 끝나고 저승과 천상에서야 그 둘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영영전'에서는 김생이 먼저 영영에게 첫눈에 반해 혼자 앓고 있던 중 막동과 노파, 이정자 등의 도움으로 쉽게 영영과 이어질 수 있었다. 이야기 구조도 운영전에 비해 훨씬 간단하고, 마지막에는 김생과 영영이 잘 살았다는 결말로써 한편의 동화처럼 단순했다. 나는 운영전을 먼저 읽었던 터라 바로 영영전을 읽으면서 운영전을 읽었을 때 안타까웠던 감정들이 많이 해소가 되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혹시 '운영전'의 슬픈 이야기에 가슴 아팠던 누군가가 '영영전'을 지어 그 둘이 잘 이어지게 하여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어떤 칼럼에서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읽었다. 어떤 사람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라기 보다는 육체적으로 상대에게 끌리고 자신의 유전자와 상대의 유전자가 만났을 때 좋은 2세를 만들 수 있다는 본능적으로 느끼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설명이었다. '영영전'을 읽으면서 영영을 다시 만나자 바로 영영에게 잠자리를 조르는 김생의 모습을 보면서 그 칼럼의 내용이 다시 상기되었다. 김생은 아주 잠깐의 시간에 영영을 만났을 뿐이었는데 그런 요구를 하다니 어이없었다. 그리고 고전 소설이라고는 못 느낄 정도로 너무 적나라한 그 내용에 놀랐다. 정말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통념을 확 깨버렸다.
영영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김생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김생은 두려움에 떨면서 몸을 구부리고 살금살금 걸어가는데, 문안으로 들어갈 때는 깊은 연못을 굽어보는 듯 두려웠으며, 땅을 밟을 때는 엷은 빙판 위를 걷듯이 조심조심 걸었다. 매번 한 발을 옮길 때마다 아홉 번이나 넘어지고, 땀이 발뒤꿈치까지 흘러내려도 오히려 깨닫지 못했다.
김생이 영영이를 보자 자신의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앞,뒤 안가리고 덤비면서도 막상 영영이 인도하는 침실로 가려니 겁을 먹고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이 귀여웠다. 또한 김생의 두려움에 찬 행동을 이처럼 재미있게 묘사하는 화자의 말이 너무 재미있었다. 한 발을 옮길 때마다 아홉 번이나 넘어지고 땀은 발뒤꿈치까지 흘러내리고 하는 표현들이 전혀 위기감을 못 느끼게 했다. 무척 좋았다.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김생은 다 읽은 뒤에도 오랫동안 편지를 만지작거리며 차마 손에서 놓지 못하였으며, 영영을 그리는 마음은 예전보다 2배나 더 간절하였다. 그러나 청조가 오지 않으니 소식을 전하기 어렵고, 흰기러기는 오래도록 끊기어 편지를 전할 길도 없었다. 끊어진 거문고 줄은 다시 맬 수가 없고 깨어진 거울은 다시 합칠 수가 없으니, 가슴을 졸이며 근심을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룬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부분은 김생이 과거에 장원으로 뽑힌 뒤 회산국 댁에 들어가 영영을 다시 만나고 영영의 편지를 받은 다음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영영을 그리는 마음은 예전보다 2배나 더 간절하였다'라고 하는 부분이 너무 귀엽게 생각된다. 2배라는 정확한 표현을 하는 것이 좀 우스워서 김생의 안타까운 마음이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부분의 묘사는 앞으로 김생과 영영이 다시 만나 행복하게 잘 사는 결말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끊어진 거문고 줄은 다시 맬 수 없고 깨진 거울은 다시 합칠 수 없다고 했는데, 김생은 곧바로 영영과 다시 만나게 된다. 행복한 결말이 될 뒷부분을 생각한다면 이런 표현보다는 그냥 안타까움의 표현을 하는 것이 더 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