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가는 여태 고전산문을 읽어오면서 너무 다른 작품이었다. 또한 내가 생각해오던 변광쇠의 이미지와도 너무 달랐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솔직히 이건 변강쇠가가 아닌 옹녀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양반의 기품있는 문학 운운하는 것과 달리 서민들의 문학은 이렇게 실랄하고 솔직하며 대범한 맛이 있었다는게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노래가 아닌가. 이런 이야기가 널리 구전되었다는 것이 너무 희한한 것 같다. 조선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유교, 정절, 열녀 이런 이미지와는 다르게 서민들 사이에 개방된 성 의식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정절이나 열녀와 같은 것을 강조를 한다는 건, 그만큼 문란했었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니까 조금 이해도 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러하다.
지게를 찾아 지고 장승 선 데로 급히 가니, 장승이 화를 내어 낯에 핏기를 올리고서 눈을 딱 부릅뜨니, 강쇠가 호령하여,
"네 놈 뉘 앞에다 색기하여 눈망울을 부릅뜨냐. 삼남의 설근찬놈이 변강쇠를 이름도 못 들었느냐. 과거 마전, 파시평과 사당노름, 씨름판에서 이내 솜씨로 사람을 칠 때 선취 복장 후취 덜미, 가래딴죽, 열두 권법은 중국 장수 범강, 장달,허저라도 다둑 안에 떨어지니, 수족 엇는 너같은 놈이 생심이나 당할소냐."
달려들어 불끈 안고 엇두름 쑥 빼내어 지게 위에 짊어지고, 상여꾼 소리하며 제 집으로 돌아와서 문 안에 들어서며 호기를 장히 피운다.
변강쇠의 성격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사람도 아닌 정승이 자신을 빤히 쳐다본다고 화를 내며 쑥 뽑아 오는 게, 약간 무식한 듯 하면서도 화통한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라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변강쇠의 저돌적이고 대범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 이 부분이 더욱 유쾌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장승을 뽑아오고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의기양양하게 집에 들어와 일 많이 했다고 거드름 피우는 모양새가 재미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이러하다.
아장아장 고이 걸어서 대로변을 건너가서, 푸른버들 복숭아꽃 붉은 시냇가에 뵐듯 말듯 펄석 앉아서 본래 서도여인이라 목소리는 좋았으니 쓰러져가는 듯이 앵도를 따는데, 이것은 묵은 서방 생각이 아니라 새서방 후리는 목이니 오죽 맛이 있겠는가.
이 부분은 옹녀가 변강쇠와 사별한 뒤 치상을 해줄 남자를 만나기 위해 길가에 앉아 우는 장면이다. 그런데 남편이 죽자마자 대로변에서 새 서방을 낚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황당한 장면이 진행된다. 아무리 변강쇠가가 과장이 심하다고 하지만, 이것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나는 옹녀가 변강쇠를 만난 뒤부터는 착실하게 집안 일도 하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이 있어서 보기 좋았는데 이 부분에서 너무 그녀의 이미지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게다가 이 작품은 조선시대에 노래된 것인데, 그때의 사고방식으로 이런 것이 가능했다는 것도 놀라웠다. 역시 사람사는데는 시대를 초월하여 다 비슷비슷한 것인가. 다른 작품에서는 정절을 잃을까봐 목숨을 스스로 포기하는 여성들도 많았는데 너무 비교가 많이 되지않은가. 아무튼 정말 희한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