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학기 동안 읽고 토론하면서 발견한 고전소설 작품들에 대한 종합 총평을 제시하시오. (스스로 발견한 고전소설의 미학이나 가치 등에 대한 내용을 깊이있게 담아서 쓰기를 권장함. 답변 내용 가운데는 베스트 작품을 하나 뽑고 간단히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
고전소설 작품들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먼저 연애소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많은 작품들, 심청전이나 콩쥐팥쥐, 별주부전, 장끼전 등 제나름의 여러 소설들을 접했지만 춘향전 외에는 여타의 연애소설을 볼 수 없었었다. 그나마 구운몽 같은 작품은 고등학교 1학년때 국어책에서 접해볼 수 있었지만, 엄연히 따지면 구운몽은 속세는 부질없는 것이라는 주제를 담고있기에 연애소설이라 볼 수 없었다. 이번 고전산문의 이해 시간을 통해서 사랑찾아 헤메고 사랑에 아파하고 기쁘게 눈물짓는 많은 소설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옛 사람들도 우리처럼 헤어지고 만나고 첫눈에 반하는 그런 사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때때로 주생전이나 변강쇠전은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유교사상이 흠뻑 물들어 있는 조선시대 가치관 안에서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변강쇠전은 현대에 와서 사람들에게 변질된 인식-성에만 치우치는-을 주고있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현대에 이러한 많은 작품들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은 역사를 바로 안다거나 조상의 뜻을 잘 따른다던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연애소설은 머리 보다는 가슴을 더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이들이 운영전과 같은 보석같은 소설을 읽고 함께 가슴 뜨거워지고, 과거에도 현재 우리가 사랑하는 것처럼 이리하였구나 하며 느끼고, 절대 과거인들은 고리타분하고 구식이라는 많은 착오적인 인식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전 소설 작품들 중에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단연 '옥루몽'이었다. 방대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흐름이 느슨해지거나 대충 넘어가는 일 없이 탄탄히 사건들을 이끌어나갔다. 또한 캐릭터들의 인물 특색이 잘 살아나 있고 거기다 많은 복선들을 가지고 소설을 진행한다. 과거의 많은 일들이 훗날의 사건에 중대한 열쇠가 되는 것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흔히 여타의 고전소설은 선과 악을 분명하게 정해놓는 경우가 많은데, 옥루몽은 복잡하게 짜여 초반의 많은 악인들이 훗날 개과천선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옥루몽은 정말 현대소설에 비할 바 없는 장중함과 세밀한 짜임을 가지고 있다.
2. 한 학기 동안 고전소설 작품과 관련하여 발표 토론한 사항에 대한 종합 총평을 제시하시오. (어떤 점이 의의가 있었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어떤 방향으로의 발전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 등을 정리. 1차, 2차 발표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최고작'을 하나씩 뽑고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는 내용 포함.)
먼저 발표와 토론이 무척 뜨겁고 열성적으로 진행되어 참 좋았다. 단순히 시간 때우고 주입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앎의 탐구와 강의에 대한 열성으로 많은 학우들이 손을 들고 질문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고전소설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깊이 있게 고찰해보는 것이 참 좋았다. 특히 1차 토론에서는 단순히 발표하는 학우들의 발표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이 부분은 이러한데 어떻게 그리 생각하는지를 묻는 서로의 생각을 요하는 토론이 진행되어 참 마음에 들었다. 허나 약간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교수님도 잘 아시다시피,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여유롭지 않아서 많은 이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지 못한 것과 심도 있게 토론이 진행되기 보다는, 단순히 캐릭터 분석이나 주제와 사상에 대해 토론되는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1차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발표는 구운몽과 주생전이었다. 구운몽에서는 ‘질투’라는 주제로 강의실을 뜨겁게 달구었었는데, 결론은 발표자들이 뜻에 따라 8선녀들은 질투를 하지 않았다 라는 식으로 잠정적으로 나왔지만, 만약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구운몽 파헤치기 토론을 하고 싶다.
또한 주생전의 발표도 참 좋았는데, 그 내용은 둘째 치고 주생과 배도의 마음을 녹음해와 들려주던 그 열성적인 모습이 참 좋았다. 비록 시간이 부족하여 끝까지 다 듣지는 못했지만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며 좀 더 주생과 배도의 마음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컸던 것 같다.
2차 토론에서는 수업이 무척 재미있었다. 학우들이 촬영한 동영상이나 파워포인트를 보면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이렇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발한 생각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거의 모든 이들이 단지 ‘보여주기’식의 발표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는 것에는 단지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매체에서 충분히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모든 작품들이 단지 그 수준에서 그친 것이 조금 아쉬웠다. 또한, 나는 고전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게 되면 단순히 패러디가 아닌, 고전에 대해 현대인들이 친밀감과 함께 고전에 관심도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발표에서는 고전에서는 찬미되고 아름답게 여겨지던 부분들을 현대적으로 바꾸면서 단순히 고전을 현대에 맞게 변형하여 패러디한 것으로 끝나서 그 점이 무척 아쉬웠다. 단순히 고전을 웃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고전의 재해석은 고전소설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더욱 공감할 수 있고,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차 토론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발표는 솔직히 자만일지도 모르나 우리조가 발표한 것이 가장 좋았다. 라디오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작업자체가 처음이었고, 그것 때문에 밤새서 고전들을 다시 뒤적여보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면서 이 작업을 통해 좀 더 고전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각별히 애정이 남았다.
또한 변강쇠전을 바르게 바라보기 발표도 참 좋았는데, 흔히들 변강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에 대해 꼬집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서 참 마음에 들었다.
3. 현대와 미래의 삶에 있어 고전소설이 새로운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거 요소를 찾아 정리하고, 그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 논하시오.
예전에 영화<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를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조선시대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함께 영화 속에서 나온 화려한 의상이나 소품들, 멋진 연못에서 배타며 노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척 정교하고 예쁜 것이 우리나라의 귀족문화는 저렇구나 하는 것을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또한 영화의 내용도 결코 흔히 알 법한 유교사상에 대해 어떤 것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고전소설이 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기사에서는 대만에서 한복을 구해다 입을 정도로 드라마<대장금>이 인기라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큰 화제를 이끌었던 대장금이 수출되어 드라마가 하는 시간대에는 길거리에 차량이 한산해질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이런 것으로 볼진대 결코 우리의 고전이 사람들에게 배격되는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등 역사물과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것에 대한 관심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심지어 드라마<다모>는 ‘다모폐인’이란 무리가 생길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진짜 고전을 쓴 영화<춘향뎐>은 어떠한가. 나는 고전소설이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널리 고전소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쇼프로그램 등에서는 툭하면 나오는 것이 <춘향전>에 대한 패러디이다. 이것은 물론 춘향전이 인기 있고 훌륭한 작품이라 그러하나 일반 대중들이 널리 아는 고전이 춘향전 정도밖에 없다는 것에서도 기인한다. 고전소설이 널리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중들에게 우리나라에 이런 고전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고전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은 고전들을 제작해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매체들과는 다르게 텔레비전이나 영화는 정말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든 층이 향유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전파 속도가 빠를 것이다. 그러고 후에 점차 이것을 소설이나 만화, 게임, 캐릭터 산업 등으로 널리 퍼트려나가면 우리의 고전은 새롭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2005년 06월 22일 작성된 것이며, 고전문학 감상문 역시 2005년도에 쓴 글들입니다.
이 글은 건국대 신동흔 교수님의 고전문학 세상 사이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gub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