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전은 여타의 소설과는 많이 달랐다. 특히 조웅의 인물의 성격이 그랬다. 다혈질적이고 호탕한 조웅은 아마 나라를 위해 헌신하지 않았더라면, 암흑계에서도 일인자가 되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소설 안에서 조웅은 영웅으로 묘사되었지만, 그에게도 무수한 단점은 있었다. 그러나 운이 따라주고 그를 뒷받침해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히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조웅이 거리에 나가서 분한 마음에 황제에 대한 욕을 쓴 것은 분명 울컥한 심사로 쓴 것이지, 결코 현명한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 말을 쓰면 당연히 미움 받을 줄 아는 것인데 조웅의 화통한 성격은 앞 뒤 가리지 않고 저지르고 보는지라 일어난 일이 아닌가 싶다. 조웅은 그 잘못으로 어머니까지 애꿋게 고생시키고 함께 도망다녀야 할 처지가 되었다. 사실 조웅이 욕을 써놓은 부분을 보면서 조금 속이 시원하기도 했지만, 너무 무모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이러하다.
옹이 들으니 말은 당연하나 사랓하는 마음이 염치를 가리었으니 예절을 어찌 분별하리오. 이예 대답하기를, "성현의 문하에도 남의 집 여자에게 탐심ㅇ르 가지고 몰래 담을 넘는 경우가 있삽고, 명령과 육례는 제왕과 부귀한 사람의 호사스런 사치라. 나는 혈혈단신인데 어찌 육례를 바라리오? 다만 내 몸이 매파 되고 서로 만난 것으로 육례를 삼아 백년을 기약코자 하나이다." 하고, 침금속에 들어가니 모기가 태산을 짊어진 꼴이요, 우물에 든 고기라.
이 부분에 대해서 자유연애이니 뭐니 하는 말이 많지만, 분명 장소저는 조웅을 거부했다. 하지만 조웅이 힘으로써 그런 그녀를 자기 것으로 취한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조웅은 그녀와 합방을 하고서 바로 서둘러 가버리는, 정말 예의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영웅의 이야기라도 영웅이라는 그 한마디로서 다른 과오를 모두 덮어버리고 미화시켜서는 안되는 것인데, 나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정말 이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소설을 읽고서 조웅을 우러러 그처럼 행동하는 자들이 조웅의 이런 파렴치한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며 조웅 운운하며 결백을 주장할 일들이 있었을 법하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러하다.
웅이 부인의 뜻이 그치지 아니할 것임을 알고, "그리 하사이다."라 말하니, 부인이 ㅎ애장 속에서 가위를 내어 웅에게 주며 말하기를, "머리를 깎아라"하시니, 웅이 가위를 들고 마리를 깎으려 하나 눈물이 솟아나 차마 깎지를 못하고 통곡하니, 부인이 크게 책망하여 말하기를. "내가 여태까지 산 것은 너를 위해서이다. 너는 비ㅗ히를 없애고 나를 위로해야 옳거늘, 네가 먼저 나의 비회를 자아내고 말을 듣지 않고 한결같이 거역하니, 내가 어찌 살겠느냐?" 하시니, 옹이 두려워하여 울음을 그치고 가위를 잡아 머리를 깎으니,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겠더라. 가위를 던지고 머리를 안고 통곡하니, 목석이 눈물을 머금고 일월이 빛을 잃은 듯하더라.
부인과 웅이 머리를 만지며 무수히 통곡하니, 그 모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더라. 부인이 웅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루만져 달래어, "웅아 울지마라. 내 마음 둘 데가 없다." 하시며, 옥같은 뺨 위에 흐르는 눈물을 거두지 못하는지라. 웅이 울음을 그치고 어머니를 위로하여 말하기를, " 너무 서러워 마시고 마음을 진정하소서."
이 소설에서 단연 빛난 것은 조웅의 어머니의 모정이었다. 한시도 조웅을 떼내이지 않으려 하고 조웅을 위해서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무척 잘 나타나 있었다. 오직 자식만을 위해서 자신의 머리까지 잘라 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가슴 찡하고 애처로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웅이 어머니 곁을 떠나 공부하러 갈 때나, 전쟁에 나갈 때는 오히려 조웅을 말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보통의 영웅 소설의 어머니 같은 모습은 찾을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여하튼 그녀의 자식에 대한 애착을 박수받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