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살, 부산을 처음 와 보고선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일년에 한 번씩은 부산에 가야겠다 마음 먹고, 몇 해 동안 한 해에 한 두번은 부산을 방문했다. 여행차 다녀온 것도 있고 일 때문에 가기도 하고... 어느새 내 나이 서른 둘. 이번 부산행이 일곱 번째니까 평균 일년에 한 번씩은 다녀온 셈 칠 법하다.
주말을 틈타 1박 2일로 짧게 부산을 다녀왔다. 특별한 계획이나 꼭 해야할 일은 없었지만 그동안 계속 부산을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부산의 음식들도 그립고 무엇보다 광안대교가 참 보고 싶었다. 여행에 맞춰 소니 A7 카메라에게 칼자이스 55mm 렌즈도 새로 달아주고, 여행과 어울리는 책도 챙기고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들고 KTX에 오르니 어찌나 신이 나던지. KTX 탈 때마다 늘상 챙겨보는 KTX 잡지의 표지가 찟겨져 있지만 밉지는 않다. 어느 여행객의 흔적이리라.
7년 전과 다르지 않은 부산역. 그 사이 난 꽤 많이 달라졌는데 역은 7년 전 그대로다. 사회생활 시작 후 첫 휴가를 부산으로 왔던 터라 더욱 특별한 기억이 새록새록...
부산역에 도착하면 늘 하는 일은 1일권부터 끊는 것. 아직도 1일권이 있나 궁금했는데 다행히 지금도 있다. 예전에 부산 여행 후 기념이랍시고 다 쓴 1일권을 한 동안 지갑에 넣어 놓고 다니곤 했다.
부산에 도착하니 딱 점심 때였기에 일단 서면에 가서 밥을 먹고 호떡을 먹기로 했다. 같이 간 일행이 알아온 서면 롯데백화점 후문 쪽에 있는 맛집 '옹고집'. 보쌈과 아구찜이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메뉴는 보쌈, 아구찜 외에 대구뽈찜도 있고 감자탕도 있고... 식당은 허름해 보였는데 여성들, 특히 아주머니가 대부분이었다. 마음에 든 점은 여행객이 아닌 부산 분들이 많아 보였다는 것 ^^
아구찜 작은 것을 주문하니 제일 먼저 사이다부터 내 주신다. 마침 목이 말라 반갑긴 한데 사이다를 강매하는 건가 싶어 물어보니 서비스라고. 부산 인심 좋구나.
아구찜이 나오기 전에 먼저 반찬부터 준비~ 내가 좋아하는 채소들이 가득해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메추리알
김치, 계란말이, 당근, 고추, 물김치, 멸치볶음 등등 반찬도 제법 많이 나온다..
아삭한 겉절이도 반가워라.
이 국은 뭔가 하니 제첩이 들어 있다.
그리고 드디어 아구찜 등장.
주문 전에 어느 정도로 매콤하게 하느냐고 묻길래, 약간 매콤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잘 한 듯! 2인분치고는 꽤 넉넉한 편.
담백한 아귀살이 가득 들어 있다. 원래 아귀찜이 맞는데 다들 아구찜이라고 부르는 슬픈 고기.
조금 뒤에 호떡을 먹으러 가야한다며 밥은 일부러 반 공기씩만. 밥은 좀 질었지만 쌀은 괜찮은 듯.
콩나물만 많은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귀가 실하게 들어 있어서 만족! 게다가 조미료를 덜 쓰는지 양념이 짜지 않고 깔끔하다. 먹고 난 후에 입 안이 텁텁하지 않아 신기했다. 아마 감칠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조금 밍밍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난 오히려 이게 더 좋았다.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먹는데 집중했을 정도.
서면도 여러 번 다녀 왔지만 그 동안 이런 집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꼭 다시 와볼 생각이다. 보쌈도 궁금하긴 하지만 아마 또 아구찜을 먹지 않을까? 근처에 다른 '옹고집'도 있는데 옹고집 2호점이라고. 2호점이 식당 외관이 좀 더 깔끔하긴 했는데 우리는 일부러 1호점을 찾았다.
예전 같았으면 부산은 돼지국밥과 밀면이지! 라면서 밀면부터 먹으러 개금을 향했을 텐데.. 이젠 부산 여행 초보자가 아니니깐 ^^ 몇 해 전, 마산에서 먹은 해물찜 생각도 나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요 사진은 2008년 마산 여행 중에 해물찜 골목 안 어느 맛집에서 신이 난 나ㅋ 다시 보니 또 웃기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