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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문학 감상문] 숙향전
    자기계발 생활/서평 2009. 4. 23.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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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향전을 읽기 전에는 마냥 춘향전이나 여 타 소설과 같이 사랑 때문에 눈물짓는 이야기로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숙향이란 이름도 왠지 정숙함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 규방에만 앉아 바깥 일은 전혀 모를 그런 아이일 듯한데 웬일로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고 계속 버림받고 계속 쫓기고 고생하는 이야기였다. 워낙에 환타지 같은 류를 좋아하는데다가 여성이 나서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 같은 것을 좋아하는지라 이야기에는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러하다.

    상제께서 소아에게 명하여,
    "반도와 계화를 태을에게 주라."
    하셨다. 태을이 두 손으로 받으며 소아를 눈 주어 보니 소아가 부끄러워 몸을 돌이키다가 옥지환의 진주를 떨어뜨렸다. 소아가 진주를 집고자 할 때 태을이 먼저 집어 손에 쥐는지라. 소아가 할 수 없이 전상으로 돌아올 즈음에 할미가 들어와 부르는 소리에 깨어나니 남가일몽이었다.

    이선이 땅에 엎드려 사죄하니 상제께서 한 선녀를 명하여,
    "반도와 계화를 주라."
    하시어 선녀 옥반에 받들어 주거늘 이선이 이를 받으며 선녀를 눈 주어 보니 선녀 부끄러워 몸을 돌이키다가 옥지환의 진주를 떨어뜨렸다. 선이 진주를 집어 손에 집을 즈음에 그 절 저녁 북소리에 놀라 잠을 깨니 호접춘몽이었다.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이 부분이야 말로 숙향전의 환타지적 요소가 가장 부각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태을과 숙향이 꿈 속에서 만나고 태을은 꿈 속에서 집어 들었던 진주를 그대로 손에 쥐고 꿈에서 깬다. 같은 꿈을 꾸었는데 각기 상대의 시각으로 비추어 꿈을 묘사해주니 더욱 그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재미를 더했다. 멋진 부분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이날 밤에 초왕 부부 서로 대하여 부인이 말하기를,
    "왕께서 가신 후에 동백이 무성함에 무사히 돌아욀 줄 알았으나 자연 염려 무궁하였습니다. 하루는 꿈에 마고할미를 따라 한 산주에 들어가니 거기 큰 궁전이 있어 거기서 왕을 만나 여차여차 이르고 안으로 들어가니 할미 말하기를, '상서 저리 거절하여도 양왕의 따로 둘째부인 삼기를 면치 못하리라.'하더이다."
    하니 왕이 또 대답하여 구류선의 말ㅇ르 이르니 부인이 더욱 혼사를 권하는지라 하루는 양왕이 위왕을 보고 혼사를 말하거늘 위왕이 배약 아니함을 이르고 돌아와 초왕을 대하여 양왕의 말은 전하고 양왕에게 허혼하는 말을 통하고 날을 가려 성례할새 두 답이 의합하여 대사를 순성하니 위의 범절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지의가일이어서 배를 더하더라.

    나는 매향의 이야기가 나올때 에이 그래도 설마 매향을 첩으로 들이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터라 마지막에 삼위부부 화락동기한다는 말에 기가찼다. 숙향전을 읽으면서 이 소설은 전생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시 환생하여 고난 끝에 이루어 주는구나 여기며 태을과 숙향의 천생연분을 믿으며 읽어내려갔다. 게다가 숙향이 아무리 병신이고 못생겼다하다러도 괘념치 않는 이선의 자세는 얼마나 기특한가. 이 둘이 사랑을 맺기 위해 그 고생을 당하는데, 어째서 첩을 두는게 하늘의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숙향이 그 고생을 그렇게 겪으면서 마지막에는 얼마나 행복해지려나 하고 기대하고 있던 차라 더 그랬다. 첩을 들일 것을 권고까지 하는 숙향의 저 자세란 천상의 마음씨인 것인가. 갑자기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숙향이 너무나 불쌍해졌다. 그리고 하늘은 무슨 사람을 장난감 가지고 놀기를 하는 것인가. 원래 숙향이 고생을 하게 되어 있었다고 말을 하면서 사향을 처참하게 죽여 버리지 않나. (그렇다면 사향도 원래 죄를 짓게 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죄를 지었다고 그렇게 죽여버리면 사향은 원통한 것이 아닐까.) 숙향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주었어야지. 결국 숙향전은 태을선을 위한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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