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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문학 감상문] 최척전
    자기계발 생활/서평 2009. 4. 2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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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척전의 옥영은 정말 대단해.

    최척전을 읽으면서 나는 6.25전쟁이 연상되었다. 전쟁 때문에 흩어져 슬퍼하며 다시 만나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현재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떠올랐다. 예전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 텔레비젼에서 방영될 때, 차마 말도 못하고 붙들고 흐느껴우는 그분들의 모습이 최척전에서 불가항력적으로 헤어졌다 다시 만나 얼싸안고 우는 그들의 모습과 겹쳐 내 머리속에 오버랩되었다. 조선시대나 현재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고, 또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족과 헤어져 슬퍼하시는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아픔이 미약하나마 이해 될 것도 같았다. 지금은 고인이신 나의 외할아버지도 그러한 처지에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러하다.

    심씨는 딸의 말을 용납하지 않고, 또 더 들을 생각도 없어 곧 잠자리에 들었다. 한밤에 심씨가 깊이 잠들어 있었는데, 문득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소리가 베갯머리까지 세차게 들려 왔다. 잠에서 깨어나 딸이 자던 자리를 어루만져 보니, 딸이 그 자리에 없었다.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히 찾아보니, 옥영이 비단 수건으로 목을 메고 창살 아래 엎드려 있었다. 손발이 모두 차고 숨소리가 점차 희미해졌으며, 호흡만 목구멍 속에서 오락가락하였다. 심씨는 황망히 목에 메인 수건을 풀고 옥영을 끌어안아 일으켰다. 이때 춘생이 등불을 밝히고 와서 물을 몇 모금 입에 흘려 넣자, 옥영이 겨우 입으로 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옥영이 깨어남에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혀 너나 없이 달려와서 옥영을 구완하였으며, 이 이후로는 어느 누구도 양씨집안과의 혼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 소설 안에서 옥영의 캐릭터가 단연 빛이 났다. 옥영이 자살을 시도하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기보단 이 부분이 특히나 충격적이어서 계속 뇌리속에 남아 있었다. 또한 옥영의 성격도 잘 알 수 있던 부분이었다. 여성이 조선시대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와 혼인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게다가 옥영은 최척과 백년가약을 맺기 위하여 먼저 서신을 보내는 대범한 행동을 보이고, 또한 최척의 집안에 돈이 없다는 반대도 무릎쓰고 그와 연을 맺으려 했다. 그러나 결국 또다시 반대에 부딧치는데 이를 자살로서 강력 대응하는 그녀의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자신의 직접 삶을 개척해 자신의 의지로 살겠다는 그 모습. 최척이 돌아오지 않음이 자기 역시 불안했을터였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그녀의 어머니를 설득하는 모습.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굉장히 멋져보였다. 마치, 최척전의 이름을 옥영전으로 바꾸고 싶을 만큼 말이다. 왜적에 끌려가서도 남장을 하며 열심히 때를 기다려 다시 최척과 상봉하고, 후에 어디 있는지 확실치도 않은 최척을 만나기 위해 먼 바닷길을 배를 타고 찾아가는 그 당당하고 깊은 사랑이라니.. 정말 옥영은 대단한 여자이며, 타고난 조선의 여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척전에서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찾을 수가 없었다. 온갖 역경을 다 겪으면서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종결짓는 이 소설은 적절히 긴장과 이완이 뒤섞여 있어 읽으면서 전혀 무료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도 많은 역경과 헤어짐의 반복이 있었기에 마지막에 서로 만나 기뻐하며 그후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았다는 결말이 나왔음에도 풀리지 않는 여운이 있었다. 여타의 소설에 비해 온 가족이 다 헤어지고 만났다가 또 잃어버리고를 너무 많이 반복해서 읽으면서 계속 속을 태워서인 것 같다. 특히 옥영은 자살 시도를 대체 몇번을 한 것인가. (어째서 소설 속의 여주인공들은 툭하면 자살하려는지 의문이다. 과거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나..)
    최척전은 결말을 참으로 희한한 일이로다!라고 맺고 있다. 나는 이 부분이 조금 웃겼다. 소설을 지은 작가도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글이 희한하다고 생각되었나보다. 아니면 아마도 이 소설이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희한한 일일 것이로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짐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구구절절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자신의 지아비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끝까지 한 사람에게 헌신하는 그녀의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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