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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노래 이야기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4. 00:27
오늘도 그를 만났다. 평범한 외모에 짧고 검은머리. 흰 남방을 단정히 입고 남색 면바지에 회색 더플 코트를 입고 있는.. 여하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내가 기억하는 이유. 책 때문이다. '바람 노래의 비밀' 지극히 평범해서 옆을 스쳐지나간다 해도 관심 없었을 사람. 그 사람이 그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그때에서야 나는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 M. J라는 이니셜의 작가가 쓴 20권의 장편소설. 한때 내가 무척 좋아하던 그 책. 하루종일 그 책을 읽으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도 내며 때때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 책. 내 삶을 많이 바꾸어 버린 그 소설을 그 사람이 읽고 있었다. '아마 저 사람이 저 책을 읽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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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미안해요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4. 00:22
나 이제는 더 이상 밤에 울지도 않아요. 밤에 울다가 가슴 아파서 괴로워하며 숨죽여 울지도 않아요. 울다가 지쳐서 잠들지도 않아요. 울다가 너무 가슴이 아파서, 너무 슬퍼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괴로워하며 울다가 심장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쉬어지지 않고 그렇게 어지렇게 괴로워하며 침대에서 난 이제 끝났어. 난 이제 끝났어라고 중얼거리지도 않아요. 뜬 눈으로 잠을 청하다가 아침해가 밝아오는 것을 지켜보던 것도 이제는 안해요. 혼자 집에서 음악을 듣다가, 혹은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지도 않아요.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기분 좋게 혼자 흥흥대며 웃다가,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리지도 않아요. 친구들하고 즐겁게 웃으며 놀다가 집에 가는 길에 훌쩍이며 울며 가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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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블루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4. 00:16
괜찮아요? 하고 그가 물으면, 나는 마냥 웃기만 할거야. 하늘은 좀 더 짙은 파랑이었으면 좋겠어. 햇살은 강하게 내리쬐어도 좋아. 나는 널 보고 마냥 웃을거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척 반짝반짝 빛을 내며 신나게 웃고 있을거야. 1. 어두움 길고 가늘은 하얀 손. 그가 좋아하는 손이었다. 소연은 왼손을 길게 뻗어 눈 앞에 휘저었다. 손바닥을 좌악 폈다. 뒤집었다. 예쁜 손. 손톱에는 메니큐어도 바르지 않았다. 투명하고 윤기있는 고운 피부. 누구나 한번쯤은 인형 손 같다며 칭찬하는 손이다. 소연은 준비해 둔, 늘 놓아둔 자리- 책상 위 손바닥 크기의 하얀 곰인형의 머리에 꽂힌 바늘을 오른손에 들었다. 심호홉을 했다. 묘한 흥분이 손끝까지 피어오른다. 오른손의 바늘로 신중하게 왼손의 검지 끝부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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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으로 된 사람.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4. 00:09
빵으로 된 사람. “ 실례합니다. 사람이세요? ” 나는 그를 처음 만난 날 이렇게 물었다. 어둑어둑한 2월 초, 공원 벤치에서 빵 하나.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우울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건 내게도 그랬고, 나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걷는 버릇’이 있었다. 그날은 슈퍼에 우유를 사러 나온 길이었다. 집 앞 슈퍼에 들어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우유가 없었다. 다른 우유를 살 수도 있긴 했지만 그나마 있는 것들도 유통기한이 촉박했고,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슈퍼를 나와 버렸다. 2월이었지만 별로 춥지 않았고, 집 앞에서 100여 미터 거리쯤에 있는 좀 더 큰 마트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걷기 시작했다. 일단 마트에 가서 원하던 브랜드의 우유를 샀다. 유통기한도 길었다. 괜히 마트 안을 30여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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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감호의 오리일러스트&웹툰 2008. 12. 24. 00:03
일감호의 오리 일감호의 오리는 하늘을 호젓이 가르고 구름위에 앉아있네. 반짝이는 햇빛 일렁이는 물빛 수면을 비추는 하늘은 모두 오리의 놀이터 두둥실 흘러가는 구름위에 희미한 달님 곁에서 오리의 눈망울엔 언제나 하늘이 있네. 자유를 잊고 구걸에 익숙해진 비둘기가 부리를 들어 비웃어도 서울 한복판, 건물들이 마구 솟아있는 그 사이 시름 안은 호수에서 오리는 구름위에 앉아있고 청록의 하늘 위를 뒹구네. ---------------------------------- 건대문화상 응모작품이 3편이상이었는데 시가 없어서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서 문득 생각나 시험공부하다가 대충씀..-.- 일감호는 우리학교의 호수(연못아님) 일감호의 오리들이 요새 일감호가 얼어서 그 얼음 위를 걸어다닌다 뒤뚱뒤뚱 귀여워미쳐버릴거 같애>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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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일러스트&웹툰 2008. 12. 24. 00:01
사진 고민, 생각, 감정은 가면 같은 표정에 묻혀버리고 마치 너는 환상처럼 나는 꼭 웃고 있었던 것처럼 그 추억도 빛바래고 아름답게 변질되겠지 사진의 평면은, 그 감옥 같은 네모남은 기억을 가두고 웃는 얼굴 안에 갇힌 나를 영원히 죽여서 훗날, 회상하며 사진을 보노나니 내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그리고 끝. 나는 과거의 나를 사진에게 빼앗겼네. ------------------------------------ 이것도 역시 건대문화상. 사실 현대시인론 발표하는 시간에 발표지 뒷면에다가 낙서한거였는데-.- 낼게 없어서 냄 ㅋㅋㅋ 왠지 암울한 분위기라 좋다. 라고 2005년에 쓰고 평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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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일러스트&웹툰 2008. 12. 24. 00:00
사랑 사랑은, 햇빛이 늘 내리비치는 것 같이 흔하디흔한 것이 되어버린 지도 모른다. 노란 옥수수 알알처럼 빽빽이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겐 발에 채이도록 많고 당연한 듯 아무도 그것이 영원히 사라질까 조마조마 하지 않는 너무도 익숙해서 모를 햇살 같은 것.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떠오르는 해를 굳이 매일 하늘 보며 확인하지 않는 숨 쉬는 공기처럼 떠도는 구름처럼 새삼스럽지 않은 거다. 사랑이란 건 하지만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에게 밝은 빛 한줌을 더 뿌리고 싶은 것이다. 매일 눈부시게 너의 하루를 비추고 흔한 것처럼, 당연한 듯 그렇게 곁에서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흩뿌리는 사랑은 흔하지만, 흔해서 더 눈부신 별빛, 달빛 같은 것. 2005년 건대문화사에 내보냈으나 보기좋게 떨어진 시 -ㅅ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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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뽑는 소녀(1)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8
++++++++++++++++++++++++++++++++++++++++++++++++++++++++++++ 들꽃을 좋아하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늘 들에 나가 꽃들을 보며 노닐곤 했다. ++++++++++++++++++++++++++++++++++++++++++++++++++++++++++++ #.1 유리창에 비친 가을 하늘이 유난히 추워보인다. 눈 앞의 설렁탕 위로 아직은 따스한 햇살이 내리 쬐인다. 설렁탕은 따뜻하다. 마치 햇볕이 그것을 데우고 있는 것 같다. 눈부신 햇빛에 비친 설렁탕 국물이 무척 희다. " 왜 안 먹어. 좀 팍팍 먹지. " 유식은 혜인을 나무란다. 그는 이미 흰 그것을 반 이상 다 먹었다. 앞에 앉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다시 먹기 시작한다. " 응,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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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작> 혼합에의 갈망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5
#1. 운명 그는 자신의 아래를 본다. 더운 김이 나고 있다. 하얗고 투명하다. 온갖 빛은 그를 때린다. 그는 더운 김에 서려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건가. 이건가. 이것이 나인가." 그는 공포에 질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찾았다. 아니다! 그의 눈은 희뿌연하다. 보이지 않는다. 그의 몸은 흠뻑 젖었다. 순식간에, 순식간에 그의 머릿 속에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마치, 사람이 죽을 때 그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듯이... 그렇게 그는 자기 자신을 회상했다. #2. 어둠 어두운 방. 그는 잠에서 깼다. 차갑다. 그는 자신이 차갑다고 느꼈다. 일어나기 힘들다. 전신은 마비가 되어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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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2 二月-2일상 속 축복/소설 2008. 12. 23. 23:52
안절부절 못하는 그를 나는 그렇게 바라만 보았다. 결국 그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우산을 꺼냈다. "아!..." 우산을 꺼내던 그가 문득 뭔가 생각난 것 같았다. 우산을 가방에서 반만 내놓고 그가 말했다. "아이..내가 데려다 주면 안돼? 나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쩜 저렇게 어리버리할까?!!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 괜찮아, 너희 집이랑 반대 방향인데다가 엄마가 마중 나오시니..눈 오는데 너도 얼른 들어가야지. " 그는 우물쭈물했다. "아이........런.... 그래도..그래도..." 혼자 중얼거리는 그, 손을 오물거리며 우산을 쥐었다 놓았다한다. 얼굴이 혼자 새빨개졌다가 노래진다. 눈은 소리없이 마구..그야말로 마구 쏟아지고 있었고, 바지는 약간 축축해졌다. 몸은 무겁..